"고위간부들의 역할이 위축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신명나게 일하는 고위간부들이 많아야 한다."
지난 4월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직접 써내려간 취임사의 일부분이다.
글의 취지로만 보자면 고위간부들이 그동안 소극적으로 역할을 해왔는데, 자신의 임기 3년 동안에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고위간부들에서부터 젊은 직원들까지 모두 신명나고 일하고 심평원장 자신은 책임을 지는 경영자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렇다면 김선민 심평원장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난 현재 이 다짐은 유효할까.
지금까지로만 보자면 이러한 다짐은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심평원 노동조합은 비의료기관의 코로나19 손실보상 업무 위탁과 심사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김선민 심평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연 이어 냈다. 이들은 '시녀', '조롱거리' 등의 언어를 써가며 김선민 심평원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결국 심평원이 지난 27일 코로나19로 인한 비의료기관 손실보상 업무를 손해사정사협회에 재위탁 하되, 손실보상 업무와 관련해 쟁송 발생 시 당사자를 복지부로 명시하도록 하면서 노조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다만, 심사체계 개편을 둘러싼 내용에 대해선 뚜렷한 합의사항이 없어 아직 갈등의 '뇌관'은 남아있다고 봐야한다.
사실 김선민 심평원장은 기관장으로 취임한 뒤 다양한 언론과 유관단체를 찾아다니며 '소통'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해왔다. 내부 대외협력 업무에 전담직원은 편성할 정도로 유관단체와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심평원 내부와의 소통에는 부재한 모습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면서 기관장의 업무 추진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옛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번 논란은 원장으로서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가 낳은 것으로 가화만사성이라는 옛말을 되새겨 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해 고쳐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노조의 주장처럼 김선민 심평원장은 '복지부의 심평원'이 아닌 '국민의 심평원'의 될 수 있도록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활발히 소통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심평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