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해석 혹은 사례별로 심사했던 과거 심사기법 탈피 노력 전산심사 전환 동시에 의료계 의견수렴해 급여기준 개선 작업 병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의 B형간염 약제 처방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식약처 허가기준을 바탕으로 규격화된 전산심사 대상으로 전환시킨데 이어 의료계 중심으로 주장하고 있는 삭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지침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2일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전신 작용 항감염제'를 식약처 허가사항(효능효과, 용법용량)을 바탕으로 전산심사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의료기관에 사전 안내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형간염 약제 대부분을 전산심사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전산심사는 심평원이 식약처 허가사항과 복지부 고시를 통한 급여기준을 바탕으로 전산으로 자동심사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심평원은 6월부터 9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후 10월부터 전산심사로 전환할 계획인데, 대상인 B형간염 약제로는 바라크루드를 포함해 비리어드, 베믈리디, 베시보 등 의료계에서 삭감 이슈가 제기됐던 국내외 제약사들의 대형품목들이 모두 포함됐다.
이들 모두를 식약처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을 바탕으로 10월부터는 전산심사로 적용하겠다는 것이 심평원의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심평원은 B형간염 약제의 대한 급여기준이 그동안 모호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심사지침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심평원이 올해 새롭게 신설한 질환심사추진단이 나서 소화기내과 분야 중 심사지침 개발이 필요한 분야로 B형간염 약제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사실 심평원은 그동안 B형간염 약제 심사를 두고서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어 왔다.
지난해까지 심평원은 고시안을 토대로 한 행정해석을 통해 B형간염 약제의 심사를 진행해왔다. 행정해석이 없을 경우에는 사례 별로 심사를 진행하다보니 대형병원 소화기내과를 중심으로 '삭감'으로 인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다제내성 만성B형간염 환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전산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례별로 심사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전산심사 방침에 우려감을 전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복지부 고시 개정으로 공개되지 않은 심사지침이나 이전 사례를 가지고 진료 청구분에 대한 삭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심평원 입장에서도 더 이상 이전처럼 B형간염 약제를 심사할 수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최근 심평원이 질환심사추진단을 신설, B형간염 약제의 심사지침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최근 간암 예방법으로 활용되는 B형간염 약제에 대한 새로운 심사지침 개발도 포함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B형간염 약제 고시가 있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며 "초치료, 재치료, 예방적 투여, 교차투여 등 고시안에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데 하나하나 논란도 많고 이견이 있는 부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B형간염 약제는 고시를 바탕으로 그동안에는 행정해석이나 사례별로 심사를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복지부 고시 개정으로 그럴 수 없다"며 "새로운 심사지침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견이 많은 부분은 관련 분야 학회 등과 논의하면서 이견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