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세계 첫 심혈관 및 출혈 안전성 프로파일 제시 평균적으로 7배 가량 위험도 증가…멜록시캄이 상대적 안전
심근경색(MI) 환자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를 어쩔 수 없이 처방할 경우에는 과연 어떤 약을 써야 할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약물별 위험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NSAIDS가 실제적으로 얼마나 위험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약물이 더 안전한지에 대한 대규모 분석 연구다.
심근경색에 대한 NSAIDS의 위험성 구체적 분석 결과 첫 공개
현지시각으로 3일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는 심근경색 후 NSAIDS 처방의 구체적 위험성을 담은 대규모 분석 연구가 게재됐다(10.1016/j.jacc.2020.06.017).
이번 연구는 고대 구로병원 최철웅, 강동오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로 심근경색에 있어 NSAIDS의 구체적 위험성과 약물별 위험도를 분석한 첫 결과다.
지금까지 NSAIDS가 심근경색 위험을 증가시키며 특히 이를 경험한 환자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지속해서 나온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NSAIDS를 생산하는 제약사에게 심근경색 및 심혈관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의무적으로 게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 약제들을 대상으로 한 산발적인 연구만 있었을 뿐 NSAIDS가 구체적으로 심근경색 환자에게 어떠한 위험을 가하고 어떤 약물이 더욱 위험한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처방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다는 데서 연구가 시작됐다.
11만명 대상 NSAIDS 안전성 프로파일 분석…멜록시캄 가장 안전
이에 따라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처음으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환자 10만 8232명을 대상으로 NSAIDS 처방 여부에 따른 심혈관 사건과 출혈 사건을 분석했다.
가장 처방이 많이 되는 NSAIDS 중 5개를 선정해 종합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을 경험한 뒤 NSAIDS를 처방받는 환자들은 평균 6.96배 심혈관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위험성이 높은 약물은 덱시부프로펜으로 무려 12.96배나 위험성이 높아졌으며 나프록센이 10.60배, 디클로페낙이 7.27배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물은 셀레콕시브로 심혈관 사건을 겪을 위험도가 4.65배 증가했으며 멜록시캄이 3.03배로 NSAIDS 계열 약물 중 가장 위험도가 낮았다.
심혈관 위험을 제외한 출혈 위험성에 대한 분석도 함께 진행됐다. NSAIDS가 단순히 심근경색 뿐 아니라 뇌출혈 등 뇌질환 위험도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분석 결과 심근경색을 경험하고 NSAIDS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평균 4.08배 출혈 사건을 경험할 위험이 높았다.
출혈 위험 역시 나프록센이 6.15배나 높아져서 가장 위험한 약물로 구분됐고 디클로페낙이 4.15배가 위험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셀레콕시브가 3.44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출혈 위험 또한 멜록시캄이 2.8배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심혈관 사건이나 출혈 위험 모두 멜록시캄이 가장 위험도가 낮다는 의미. 연구진은 이 정도의 위험도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를 이용하는 이중 항 혈소판 치료의 위험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철웅 교수는 "NSAIDS 중 나프록센이 한때 상대적으로 심혈관 안전성이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다른 결과를 얻었다"며 "심근경색 발병 후에 NSAIDS를 최대한 제한해 처방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멜록시캄을 써야 한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등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 세계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