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또 다시 하루에 수백명씩 나오며 대유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문의 시험을 준비중인 의학회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미 코로나로 상반기 수련에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대유행이 지속될 경우 수련 평가에서 낙제하는 전공의들이 속출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 이로 인해 일부 학회들은 아예 기준 변경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17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A전문과목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필수 수련 평가 기준을 채우지 못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잃을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각 전문 과목 학회들은 우수 전문의 배출을 목표로 전공의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연차별 학술 활동 및 술기 기준 등 수련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
가령 1년에 환자 500명 이상 진료, 학술대회 참가 3회 이상, 수술 참여 50회 이상, 전공의 수련 기간 중 논문 발표 2회 이상 등의 기준을 각 학회마다 전문의 자격 시험 필수 충족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기준이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문제 없이 전공의 과정을 마칠 경우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항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단 외래 환자는 물론 수술 환자수가 급감한데다 감염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진료나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든 이유다.
또한 상반기에 예정됐던 학회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학술 활동 기회도 크게 줄었으며 핸즈온 코스 등은 아예 무기한 중단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길도 사실상 막혀버린 상태다.
특히 일부 수련병원들은 아예 병원 자체가 코로나 대응을 위한 거점 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아예 수련 기회가 박탈된 상황도 벌어졌고 일부 전공의들은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해 수련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겹치면서 연차별 수련 평가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나오고 있는 셈이다.
A학회 수련이사는 "1~2년차 전공의들이야 일단 보완해 갈 가능성이 있는데 4년차들은 당장 전문의 시험이 코 앞이라 대책이 시급하다"며 "수련병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학회 차원에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수련을 게을리했다면 당연히 받아야할 페널티가 되겠지만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불가항력의 상황들로 전공의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필수 프로그램도 이수하지 못한 전공의를 그대로 내보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일부 학회들은 아예 수련 프로그램 및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전문의 배출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판단으로 사전에 기준 자체를 완화하고 나선 셈이다.
전문과목 학회인 B학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B학회는 최근 평의원회를 열고 수련 과정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의결했다.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를 위한 수련 평가 항목 즉 수술 참여, 학술 활동 등의 기준을 30% 이상 축소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
또한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술기 평가 시험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수련 실태 조사도 올해는 아예 방문 심사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뒤 내년에 전수 조사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필수적인 수련 프로그램은 이수하도록 유도하되 기준을 대폭 낮춰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B학회 수련이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현 상황에 맞도록 평가 기준을 서둘러 조정한 것"이라며 "일단 항목은 유지하되 한시적으로 기준 자체를 완화해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