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기피과 의사에게 물었다③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김여향 교수 "공공의대 신설 예산, 시스템에 쏟으면 안되나" 아쉬움 전해
취약지, 기피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의대증원·공공의대 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주>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②홍천 아름다운병원 정후연 원장 ③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김여향 교수
"공공의대 신설할 예산으로 소아중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시너지가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소아중환 분야는 의사 1명만 양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칠곡경북대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김여향 교수(경북의대 96년졸)는 2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의료현장을 지키는 입장에서 정부의 의대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정책은 괴리감이 있다고 했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에 투입할 예산을 현재 소아중환자 의료시스템 구축에 쏟는다면 단순히 의사 1명을 양성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있다는 게 그의 설명.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어린이병원 시범사업 중 '소아중증 재택의료'는 의료진이 소아환자의 집으로 방문해 치료를 이어가는 제도.
성인의 경우 요양병원에 입원하지만 보호자를 필요로 하는 소아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추진한 시범사업이다.
소아환자도 환자보호자도 만족하는 제도이지만, 간호사 등 인건비에 대한 대책이 없다보니 이를 추진하는 병원 입장에선 활성화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여향 교수는 "시범수가에 인건비가 제대로 담겼으면 더 활성화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대구 지역에 제한적으로만 적용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공공의대를 신설할 예산의 극히 일부면 활성화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 각 지역마다 소아중환자를 돌볼 의료진은 갖춰져 있다. 이들 의료진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어설프게 소아중환자 의사 한명을 키우는 것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의료분쟁 등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인데 격오지에서 의사 혼자 소아중환자를 감당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96년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마치고 2003년 소아심장 세부전문의에 이어 2008년 소아중환자 세부전문의를 취득했다. 다시 말해 소아중환자를 돌볼 의사 한명을 양성하는데 의대 6년 이후에도 13년이 더 걸린 셈이다.
또한 그는 경상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교수로 성장한 전형적인 지역의사. 그럼에도 그는 지역의사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서울, 경상도 등 지역과 무관하게 바이탈을 다루는 전문과목 가령 응급, 소아심장, 소아중환, 심장내과, 흉부외과 등 의사로 산다는 것은 사명감이 없이는 어렵다"며 "개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희생이 있어야하는 만큼 개인의 의지가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올해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주 2회 이상 소아중환자실 야근 혹은 당직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주말 근무가 기다리고 있다.
2017년부터 소아중환자실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 인력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늘 피로가 누적된 상태. 늘 바쁜 부모를 보고 자란 중·고생 두 자녀는 '의사'는 하고 싶지 않단다.
그는 "정부는 의사 양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세대들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이는 의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며 "의사를 늘린다고 의료취약지에 기피과를 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