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료취약지 및 기피과 의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메디칼타임즈는 현재 취약지에서 기피과로 일선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주>
①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센터장 ②홍천 아름다운병원 정후연 원장
"분만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2년 전 모두 정리했습니다. 환자에게도 미안하고, 의사인 저로서도 해야 할 것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네요."
강원도 홍천군에서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했던 정후연(57, 산부인과 전문의) 아름다운병원 원장은 몇 년 전 의료기관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인구 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분만건수에 더해 외래환자까지 줄자 경영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어 제작년부터 분만실 없이 외래 산부인과로만 운영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강원도 홍천군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대표적인 '취약지'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정후연 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추진한다면 이 같은 의료취약지와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볼까.
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 응한 정후연 원장(사진)은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방법론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가 운영한 아름다운병원에선 2013년까지 연간 120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분만실을 폐쇄할 시기인 2018년 전에는 한 달에 분만건수가 5건에 불과했다. 전문 간호사와 산부인과 전문의로 봉직의 2명을 고용하면서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했던 그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는 수준에 이른 것인데 함께 운영했던 산후조리원마저 문을 닫기로 했다.
정 원장은 "홍천을 포함해 인제, 속초까지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운영해보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는 '취약지' 분만 산부인과 지정도 타진해봤지만 이마저도 춘천과 가깝다는 이유로 점수가 미달된다더라. 이것이 분만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의대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정 원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의대증원보다 분만을 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정 원장은 "의대정원을 늘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홍천이나 인제에 의사가 근무할 공공의료기관 조차 제대로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병원이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겠다는 데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정 원장은 분만 산부인과 등 취약지 의료기관을 바라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낮은 이해도도 문제로 지적하며, 그가 겪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지자체장이 분만실을 다시 열 수 없냐고 보건소장을 통해 의견을 전해와 의사와 간호사 인력 채용 등 운영에 필요한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답은 되돌아오지 않았다"며 "이것이 실상이다.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의사만 늘린다고 될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방법도 틀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 원장도 의료취약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의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정 원장은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방법론을 지적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을 활용해 정책을 강행하려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 원장은 "지금 이러한 방식은 아니다.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강행하려고만 한다"며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든 상황을 이용하는 것만 같다. 코로나19라는 국난을 이겨내고 차분히 논의해서 결정될 문제를 밀어붙이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단은 늘려야 하는 필요성은 안다. 하지만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해외 사례 등 의사를 왜 늘려야 하는지 연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산수하는 식으로 채워 넣겠다는식의 발상으로 하면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정 원장은 분만 산부인과 운영에 끈을 아직 놓지 않았다고 말하며 기회만 된다면 다시 운영하고 싶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강원대병원 등 춘천에 있는 분만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는 역할로만 머물 수 없다는 의지다.
인터뷰 말미에 정 원장은 "수가는 영원한 숙제인 것과 같은 것이라 더 말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명감 하나로 일 한다"며 "지금은 해야 할 일을 못하는 느낌이다. 나름 수술도 잘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내 자신이 아깝고, 환자들에게 베풀어주고 싶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