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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했던 의정협상 물꼬트나...여당 중재로 해결 조짐

이창진
발행날짜: 2020-09-03 05:45:56

한정애 정책위의장, 원점 재검토 등 의료계 요구안 전면 수용
이낙연 대표 하명, 여당 내부도 혼란 "의료인들 결단 기다린다"

냉랭했던 의정협상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의료계 총파업 중재자로 나서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 요구안 전면 재논의 합의문을 기다리는 여당과 정부. 구두 합의에서 명문화 합의 약속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낙연 대표 등 여당 2일 최고위원 회의 모습.(사진 더민주 홈페이지)
의료계가 집권 여당과 협의 내용을 내부 회의를 통해 불수용하면서 더 이상 나올 카드가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전공의협의회와 만나 의대 증원 전면 중단 등 의료계 요구안을 수용하고 국회 기구를 통한 재논의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부결된 것이 여당의 감정을 자극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일 "의대 증원 정책 중단과 재논의까지 제안했는데 의료계 내부 회의에서 뒤집은 상황을 여당 내부에서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면서 "전공의협의회가 다른 목적으로 갖고 파업에 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다른 관계자도 "여당이 더 이상 사용할 카드가 없다. 법과 원칙대로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전됐다.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한정애 의원이 1일 오후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을 만나 별도 간담회를 연이어 가졌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 요구안 수용과 국회 기구를 통한 재논의 등의 합의문 작성을 제안하고, 의료계 내부 추인을 기다리겠다고 한 것이다.

한정애 의원실 보좌진은 "의사협회 회장과 전공의협의회 회장 모두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 요구안을 국회 테이블에 모두 올려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의사협회로 창구를 단일화하고 범의료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입장도 수용했다"고 전했다.

여당 내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정애 의원실은 2일 온종일 여당 열성 당원과 지지자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보좌진은 "한정애 의원의 제안은 보건복지위원장이 아닌 정책위의장으로서 중재한 것으로 이낙연 신임 대표와 정부 등과 일정 부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점 재검토 수용 등 입장 변화에 여당 내부도 편치 않다"고 귀띔했다.

여당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국 확산에 따른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재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노총 출신인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원내대표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국민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 요구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전공의협의회와 간담회 모습(사진 한정애 의원 홈페이지)
한 정책위의장은 "노동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주어진다. 의료기관 노동자는 단체행동권 제약을 받는다"며 "그 이유는 단 하나, 의사들이 의료행위가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의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들을 만나 3시간 얘기를 하면서 저는 순간순간 진심을 다했다"며 "여러분(전공의, 의대생)들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가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냐‘고 그래서 말씀드렸다. '환자 곁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오죽하면'이라는 부분을 국회에서 다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코로나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 (여당이) 다른 소리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국회 내 논의기구를 만들겠다"며 "의료계가 참여해야 논의 기구는 작동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의료인 여러분들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여당 수뇌부의 의지를 표명했다.

여당 관계자는 "코로나 전국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이 녹아있다. 중증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과 갈등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시급성과 절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일 정례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제안한 의대 증원 정책 등 원점 재검토를 포함한 의료계 요구안의 국회 협의기구를 통한 논의를 존중한다며 의료계 최종 결정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공표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