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약 7개월 앞두고, 불신임·비대위 구성 또다시 등장 추 전 회장 불신임 상황 재연…선거 맞물려 정치적 해석 대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합의문 사인을 놓고 또다시 탄핵 위기에 몰렸다. 3년의 임기 동안 벌써 세 번째다.
마지막 탄핵 위기는 내년 3월에 있을 의협 회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계산까지 들어가 셈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4일 의협 대의원 단체대회방에 '불신임결의신청서'를 다급하게 올렸다.
공공의대 신설,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산업 철회를 내걸고 대정부 투쟁을 하던 최대집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밤샘 합의문을 만들어 서명을 한 바로 그날이다.
최대집 회장 및 40대 임원 전원은 회원 전체의사에 반해 독단적으로 합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고, 의협과 회원 명예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불신임 이유였다. 불신임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재적대의원 240명 중 3분의1인 80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현택 회장은 "대의원회 명단을 확보해 7일 불신임 발의 동의안을 긴급 발송했다"라며 "급한 데로 단체대화방에 불신임결의신청서를 공유했는데 거의 하루 만에 20명의 대의원이 응답했다. 80명의 동의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했다.
사실 최 회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불신임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정인석 경상남도대의원은 "최대집 회장은 문재인 케어를 막을 후보는 자신밖에 없다고 했고 의료를 멈춰 서라도 문재인 케어를 막겠다고 했는데 문재인 케어를 사실상 수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 정상화 대책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발의했다.
하지만 대의원은 임기를 갓 시작한 최대집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투표에 참여한 178명 중 129명(72.5%)이 비대위 구성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첫 번째 불신임 임총이 있은지 1년여만인 지난해 12월 최대집 회장은 또다시 불신임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는 비대위 구성이 아니라 진짜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올라왔다.
불신임안을 발의했던 박상준 경남대의원은 "겉으로는 투쟁하고 밀실에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투쟁으로 정책을 저지하겠다면서도 모든 정책이 정부 흐름대로 흘러가고, 산하단체와도 갈등을 빚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박 대의원은 "문재인 케어 저지라는 선명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출범한 의협 40대 집행부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불신임안에 대해서도 대의원회는 최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연말임에도 재적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참석했고 이 중 122명(59.8%)이 반대에 표를 던졌다. 비대위 구성안도 나왔는데 202명 중 140명(69.3%)이 반대했다. 1년 전과 다른 점은 불신임 '찬성'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것으로 최 회장에 대한 신뢰가 줄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임기 7개월 남겨놓고 맞은 탄핵 위기 데자뷰
세 번째 불신임 위기는 임기를 약 7개월 남겨놓고 찾아왔다.
현재 최대집 회장이 처한 상황은 39대 추무진 회장 임기 말기 상황과 겹친다. 추무진 회장 역시 임기를 7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고 불신임안은 부결, 비대위 구성안은 가결됐다.
당시 구성된 비대위에서 최대집 회장은 투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중앙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열린 회장 선거에서 '투쟁'을 이끌겠다며 바람을 일으켰다.
선례가 있기에 최대집 회장의 세번째 불신임 움직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의사단체 임원은 "임현택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불신임신청서는 요건을 정확히 갖추지 않아 발의를 한다고 해도 대의원회 검토 과정에서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안이나 비대위구성안이 긴급 안건으로 등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를 이용한 선거판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협 박지현 비대위원장도 사퇴하며 최대집 회장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SNS 라이브방송을 통해 "(최대집 회장 탄핵은) 합의에 대한 흐름이 약해지고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떨어진다"라고 평가하며 "3년간 대전협 활동을 하면서 어떤 대의원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어떤 이득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