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공식적으로 의료계 총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는 파업에 마침표를 찍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여당, 정부와의 합의문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도 전공의를 잘 이끌었던 박지현 회장도 파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소위 내부 강경파 여론에 부딪치면서 혼란을 겪는 모양새다.
더 문제는 의료계 내부가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자칫 전공의 혹은 의대생 개인에게는 최악의 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전까지는 "병원복귀" 오후 돌연 "복귀 안한다" 번복 왜?
특히 전공의들은 병원 복귀를 놓고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등 대혼란을 겪었다. 대전협 박지현 비대위 위원장은 6일 오전까지만해도 7일 오전 7시부터 전국 전공의들이 각 병원 현장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6시쯤 박지현 위원장은 "7일 복귀하지 않고 현재 (휴진)상태를 유지한다"며 "7일 전체 전공의 대상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계획을 번복했다.
불과 12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180도 입장이 바뀐 셈이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A수련병원 전공의는 "대전협 비대위가 파업을 중단한 것을 두고 일선 전공의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전체 전공의 투표를 거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즉, 전공의 내부에서 의협의 합의문 서명과 별개로 집단행동을 이어가야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는 얘기다.
그는 "대전협 비대위가 입장을 바꾼 것도 이같은 일선 전공의들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할 결과라고 본다"며 대전협 집행부와 일선 강경한 전공의들의 입장차가 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병원 교수들도 오전까지만해도 7일 전공의들이 돌아올 줄 알았다가 돌연 상황이 바뀌자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서울아산병원 한 내과교수는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에 입원환자를 늘려놨는데 당황스럽다"며 "7일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7일 외래를 닫겠다고 선언했던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일단은 1~2일 전공의들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존 상황을 유지하면서 대기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 한 외과교수는 "일단 외래, 수술 모두 기존 예약환자에 한해 최소한의 수준만 유지하고 있다"며 "전공의 복귀 전까지는 신규환자 외래, 수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그들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임상교수 비대위 이광웅 위원장은 "7일 전공의들이 논의한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며 "하루이틀만 더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 등 갑론을박 거센 의료계
의협 내부에선 "지금 투쟁을 멈춰선 안된다"라는 주장과 "일단 일괄 복귀하고 지켜봐야한다"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의협 대의원회는 5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최대집 회장이 합의문 서명과정에서 소통부재와 절차상 문제점 등을 거론했다.
특히 대전협과 긴밀한 소통부재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투쟁력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민초 개원의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개원의들은 "의협이라는 조직이 있어야 추후에도 투쟁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자중지란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반면 "조금만 더 투쟁을 유지했더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여론도 거세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6일 예정된 범투위 회의를 의협 집행부가 돌연 취소했다. 격론을 벌여 투쟁 여부를 결정해야지 의사결정 기회마저도 빼앗은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파업을 접었더라도 투쟁할 여력을 남겨놓지 않으면 정부는 언제라도 정책을 재추진할텐데 그때는 누가 나와서 싸우겠느냐"며 "투쟁에는 마침표가 있어선 안된다. 유지하고 이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의 한 축은 합의문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에게 책임을 묻고 불신임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의협 대의원회에 최대집 회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신청서를 제출, 이후로도 불신임 여론을 계속해서 확산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원로는 "합의문 서명 이후 회원들 사이에서는 최근에 입금한 의협 투쟁성금 환불 방법이 돌고 있다"며 "의협을 향한 회원들의 평가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