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4대악 중 하나로 꼽았던 첩약급여화와 관련해 범의약계 원로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등 7개 단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범의약계 원로들은 '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남궁성은·김건상·유승흠·박상근·김희중·임태환·최대집·정영호·장성구·한희철·김대업·이용복, 이하 범대위)'를 결성한 바 있다.
범대위는 먼저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건정심을 통과한 안건으로 복지부의 역할이 없는 것처럼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범대위는 "코로나 대응에 협조했던 의약계를 자극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기적으로라도 늦춰달라는 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고 강행한 복지부 태도에 깊은 유감"이라며 밝혔다.
이어 "이번 의정협상에서 합의했듯이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더이상 보험정책의 중요한 파트너인 의협, 병협, 약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는 건정심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대위가 우려하는 첩약 급여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성과 유효성. 전세계 유례없는 비과학적 급여화 정책이라는 점이다.
범대위는 "GMP시설에서 생산하는 한방약제와 달리 개별 한의원에서 직접 조제 또는 원외 탕전실에서 임의 조제되는 첩약은 그 성분에 대한 내용을 알 수도 없거니와 표준화를 할 수 없는 개별적이고 임의적인 처방약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료가 되는 한약재에 대해 일일이 독성과 유해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약제 처방이 급여화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의 신의료기술은 물론이거니와 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용효과성에 대한 엄정한 검증과 근거가 필요했다.
게다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때문에도 그 동안 필수의료의 수많은 영역들이 아직까지 급여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과학적 근거와 유효성, 나아가 비용효과성을 증명하지 못한 3개 부문에 대한 한방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과도한 특혜로 불공평한 처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범대위는 "전문가와 그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논의 없이 어느 일방에 의해서 무리하게 진행된 정책은 소모적 파열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첩약 급여화는 직역간 다툼으로 봐선 안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한방의 과학화 및 의료일원화에 역행해 더 심각한 의료왜곡을 나을 수 있는 발단"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첩약 급여화와 관련된 문제를 다시 한번 전면화해 재검토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