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제약사별 제품 특성 요약 보고서 "25°C 변화 제한적" 37°C 노출 땐 물리적 변화 가능성 "현재 온도 변화 없어"
배송 과정에서의 상온 노출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이 전면 중단되면서 상온이 백신 역가(효과)에 실제 효과를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제품특성요약 보고'(summary of product characteristics ,SPC) 조사에 따르면 상온인 25°C에서는 몇 주간 물리적 특성에 영향이 없지만, 37°C 이상 고온 및 동결이 제품에 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상온 노출 문제가 제기된 독감 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에 착수했다.
백신은 일반적으로 2~8℃에서의 보관이 권장된다. 상온 노출 시 백신의 효과를 뜻하는 역가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특정 온도마다 백신의 효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상세한 상관 관계를 살핀 연구는 아직없다. 다만 식품의 유통/소비기한처럼 백신이 가진 최소한의 효과 및 백신 내 단백질 함량을 보장하는 검증이 제약사별로 진행된 바 있다.
해외 업체 솔베이(solvay)가 생산한 독감 백신 인플루백(influvac)의 제품특성요약 보고서를 보면 25°C 노출 시 2주간 물리적 변화 및 제품 수명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더 높은 온도에서는 변화가 빨리 관찰됐다. 37°C에 노출됐을 때는 불과 24시간 안에 물리적 변화가 관찰됐다. 한번의 동결-해동 과정에서도 물리적 변화가 관찰됐다. 독감 백신은 보관 시 동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SPC 보고서는 인플루백의 사용 전 15~25°C 둘 것이 명시돼 있다. 또 사용하지 않았다면 24시간 내 다시 냉장고에 넣으라고 명시했다. 상온에 노출돼도 37°C 이상의 고온이나 24시간을 넘어가는 장시간이 아니라면 역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은 크루셀(crucell)이 생산한 인플렉살 브이(Inflexal V)에서도 관찰된다. 크루셀의 SPC 보고서를 보면 25°C 노출에서 4주간 물리적 변화가 없었고 이는 최대 3달까지 이어진다. 반면 37°C에선 24시간 안에 변화가 관찰됐다.
식약처 및 질병관리본부가 7월 작성한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 역시 상온 노출 시 재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주말/휴일동안 정전이나 냉장고 기능 이상이 발견되거나 부적절한 백신 보관의 기간을 알 수 없는 경우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백신은 일시적인 온도 상승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약독화 생백신은 손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며 "백신 상태를 백신 공급회사와 상의해 재사용 여부를 결정하라"고 제시했다.
9월 6일부터 12일까지 한주간 평균기온은 19.2~23.4°C였다. 또 13일부터 19일까지는 21.2~23°C였다. 이를 대입해 보면 배송이 진행된 과정에서 일부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해도 이른바 '물약 백신'을 우려할 만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오히려 고온 노출 및 동결 여부가 백신 효과를 살피는 데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제 백신 비영리단체 PATH가 조사한 기허가 백신 품목의 안전성 데이터를 보면 PATH는 독감 사백신에 대해 "방안 온도에서 몇 주간은 안정적"이라며 "다만 (역가에는) 동결이 더 민감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상온 노출 시 18주 이하로 제품 수명이 줄어든다"며 "SPC 자료에 따르면 동결에서 제품에 손상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A 제약사 관계자는 "백신마다 다르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아예 냉장고 밖 실온 25℃ 이하 에서 72시간까지 보관할 수 있다는 문구가 허가사항에 포함돼 있다"며 "약 5분 가량 독감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