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등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가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이나 사망할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ACE-I나 ARB가 코로나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로 시작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로 오히려 이들 약물들이 폐 손상을 보호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지 시각으로 4일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는 고혈압 약제와 호흡기 질환관의 연관 관계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1161/JAHA.120.017297).
덴마크 오르후스 의과대학 크리스찬 교수(Christian Fynbo Christiansen)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인플루엔자나 폐렴으로 의료기관에 입원한 56만 8019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약제의 복용 여부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ACE 수용체로 인해 코로나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ACE-I나 ARB가 호흡기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도출됐다. 고혈압 약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호흡기 질환 위험이 더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CE-I 등 고혈압 약제를 복용한 환자는 약을 먹지 않는 환자에 비해 인플루엔자나 폐렴으로 사망할 위험이 15%가 낮았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인플루엔자나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위험도 17%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요인들을 모두 통제하고 30일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도 같았다. 고혈압 약제를 복용중인 환자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조금이나마(4%) 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ACE 수용체를 억제하는 기전이 폐 손상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매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제1저자인 크리스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CE 억제가 폐 손상을 보호하는 효과를 시사하는 증거로서 충분하다"며 "일각에서 ACE-I와 ARB 약물이 코로나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정 반대로 뒤짚는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