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 허용 규정 등 담은 형법 및 모자보건법 입법예고 낙태 수술 결정 가능기간 24주 이내로 산모 결정권 존중
정부가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 결정 가능 기간을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 24주로 구분하는 낙태죄 관련 입법 개선절차에 돌입했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직접 시행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학적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10~12주 이내로 주장하고 있는터라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는 낙태 허용규정 신설 등을 담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입법 개선안을 7일 공개했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를 금지하고 있는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낸 지 약 1년 6개월만이다.
당시 헌재는 올해 12월까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과 함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정부가 공개한 개선안에 따르면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형법에 신설했다.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 출산여부에 관한 결정가능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와 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규정했다. 배우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도 삭제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헌재 판결 당시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1삼분기, 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무렵까지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 및 사회적 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모자보건법에는 ▲임부나 배우자의 우생학적ㆍ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ㆍ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등이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는 상담 및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낙태 방법에 있어서도 자연유산 유도약물을 허용했다. 또 의학적 정보 접근성 보장과 반복적인 낙태 수술 예방을 위해 의사에게 시술 방법, 후유증, 시술전후 준수사항 등 시술 전 충분한 설명 의무를 두고 본인 서면 동의 규정도 만들었다.
의사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의사는 시술요청 거부 즉시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해야 한다.
산부인과계 "자기결정권 보장 낙태 임신 12주이내로 해야"
정부가 내놓은 입법안 중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낙태 허용 임신 주수인 14주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주장하는 낙태 허용 주수와 차이가 있다. 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정부 입법안이 공개된 7일 저녁 구체적인 의견을 나누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 최대 12주 미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 문제는 사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라며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법안은 임신 24주 이내로 낙태 수술을 제한하고 있지만 임신 24주 이후에도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낙태 허용 주수를 임신 14주 이내로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위험부담이 따르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정부도 법원도 14주를 임신 전반기라고 보고 있지만 임신 12주만 넘어가도 의료사고 위험성이 커진다"라며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를 구속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만일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도 "임신 10주, 최대 12주가 넘어서 낙태 수술을 진행하면 모성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위험이 확 높아진다"라며 "14주만 되더라도 산모에 치명적인 양수색전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의 신체에 안전한 시술을 보장하는 게 임신 12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