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낙태죄가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낙태죄를 규정한 관련 법령에 대한 개정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270조 1항(동의낙태죄)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을 열고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날 9명의 재판관들 중 합헌 의견은 2명 뿐이었으며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3명, 헌법 불일치가 4명으로 사실상 위헌에 무게가 쏠렸다.
헌법 불일치는 해당 법령이 위헌이라고 전제한 뒤 관련 법을 개정할때 까지는 조항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인 것은 분명하지만 곧바로 처벌을 중지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법을 개정할때까지만 잠정적으로 이를 유지하라는 주문.
따라서 지난 66년간 끝없는 논란을 야기했던 낙태죄는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난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처벌 조항 삭제는 불가피한 이유다.
또한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합법 의견도 7년만에 뒤집어지게 됐다.
이날 재판관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또한 임신 초기 낙태를 진행한 의사를 처벌하는 것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 개정은 임신 초기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대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의학적 판단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온 종교계와 시민단체들과의 논의도 중요해졌다.
실제로 이날 헌재의 결정에 앞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재판소 앞에서 단체 행동에 나서 낙태죄 유지를 주장했다. 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만약 사회적 합의가 불발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규정 자체가 폐지된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은 법 개정 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69차례에 걸쳐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