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의대 본과2학년 이진선|2019년 12월 31일. 처음으로 해외 어떤 지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날이다. 대부분은 이 보도를 그 날 보지도 못했거나, 봤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지역에 갈 일이 있거나 그 지역과 관련이 있지 않은 이상, 이 보도는 세계의 여러 소식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정체불명의 폐렴'은 2020년 1월, 2월 점점 전 세계로 퍼져나가더니 이제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우리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으로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코로나 19가 우리 모두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코로나 우울’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코로나 우울 (Corona blue)’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뜻하는 말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선정한 단어이다.
‘코로나 우울’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운영된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의 심리상담 실적은 51만 120건으로, 작년 1년 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 건수인 35만 3388건은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 중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심리상담 건수는 1만9846건으로 전체의 3.89%, 확진자 가족은 2185건으로 0.42%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자는 38만 2150건으로 74.91%, 일반인은 10만 5939건으로 20.76%로, 확진자 이외의 코로나19 심리상담 건수는 대부분을 차지하여 ‘확진’이 아닌 ‘코로나19’ 자체가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만 해도 50만 건을 넘겼으니, 통계에 잡히지 않고 혼자서 불안이나 우울감에 시달렸을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훨씬 그 수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코로나 우울’이 생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생활 전반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여행이나 외출, 모임 등을 자제하면서 만남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으며, 학교나 회사, 학원도 수업 방식이나 업무 방식이 가능한 한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계획했던 일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무산된 사람들도 있고, 코로나 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생활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코로나 19로 인해 좌절된 현실 등이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 확진되었을 때 주위의 반응이나 사회적인 주목에 대한 두려움, 앞날을 예측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 등이 코로나 우울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조심하려고 해도 확진자가 주변에 있었으면 감염될 수 있으니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까 불안함이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또,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바뀌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다 본인이 확진자가 되면 학교나 직장에 피해를 줄 것을 걱정하고, 불필요한 억측이나 소문에 시달릴까 염려하기도 한다.
적절한 불안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여 코로나 19의 예방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불안은 일상을 무너뜨리고, 우울과 분노, 그리고 또다른 불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팬데믹 선언이 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생겼던 3월에만 해도 여름이 되면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고,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 19는 벌써 겨울, 봄, 여름을 거쳐 가을이 된 지금까지 사계절을 함께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코로나 19의 종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는 코로나 19의 종식을 기다리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기만 할 수는 없다.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방역을 생활화함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도 지속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공포가 심해질 때는 관련 기사나 정보를 잠시 멀리하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한에서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를 산책하는 등 안전한 활동으로 답답함을 해소해 볼 수 있다.
변화된 일상에 맞추어 집에서 요리나 영화 등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무력감이나 우울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친구들과도 대면으로 만날 수 없다면 전화나 문자, 영상 통화 등으로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 비대면 수업이나 업무로 인해 시간 관리가 어렵게 느껴질 때는 스스로 루틴을 정해서 조금이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보는 것도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주 이상 심한 무기력감이나 불안감, 우울감 등이 지속된다면 상담을 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개 코로나 우울의 경우 2주 이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질 시에는 병적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이러한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전까지는 생활 방역과 더불어 마음 방역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