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임세원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는 23일부터 100병상 이상 병원에 보안인력 배치가 의무화되지만 현재까지 절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세원법'에 따라 보안인력 배치, 비상경보장치 설치 의무화를 준수한 병원은 각각 전체의 45%,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원법'은 약 2년 전 고 임세원 교수가 정신과 진료 중 사망한 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의료법 개정안을 뜻한다. 지난해 4월 국회 통과 후, 올해 4월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됐다.
유예기간 종료일은 10월 23일이지만, 확인 결과 9월 말을 기준으로 대상 의료기관 중 45%만 보안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경보장치도 설치율이 30%에 불과했다.
그 사이 병원 내 폭행사건은 여전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접수된 상해·폭행·협박 사건은 총 2223건이었다. 특히, 폭행의 경우 2015년 발생 건수의 2배에 가까운 1651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심평원의 허술한 수가 적용도 문제 삼았다.
복지부는 임세원법에 따른 의료기관 보상 차원에서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수가를 지원하고 있다. 각 병원들이 이를 받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을 준수했다는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전문 보안인력’의 경우 경비원이나 청원경찰 등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심평원은 보안인력으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확인 없이 수가를 산정하고 있다.
즉 병원에서 근로계약서와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서 근로계약서 상 업무내용을 ‘보안업무’라고 기재만 해도 수가를 인정해주고 있다. 건보공단 제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심사를 통해 두 달간 지원된 수가는 약 50억원이다.
강선우 의원은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만큼 엉성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를 위협하는 사건은 증가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대책들은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아 현황 점검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