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보호 혜택을 위해 LDL-C를 최대한 낮추라는 권고에 따라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진료'로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LDL-C 수치를 100mg/dl 이하로 유지하면 괜찮다던 인식은 옛말. 초고위험군의 LDL-C 권고 수치를 55mg/dl로 설정한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되도록 더 낮은 수치를 '현실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스타틴 일변도의 처방 전략에도 수정이 요구된다. 더 강력한 효과를 위해선 고용량 스타틴보다 효율적인 각 성분 조합 복합제 등 대체 옵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창규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임상 현장에서의 강화된 LDL-C 조절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 초고위험군의 LDL-C 권고 수치를 70mg/dl에서 55mg/dl(이하 단위 생략)로 낮췄다. 이후 국내에서 처방 패턴의 변화가 있는지?
대학병원급에서 중재시술을 하는 의료진의 경우 심혈관질환에 대한 리스크 감소를 우선 순위로 두기 때문에 처방 패턴에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유럽 가이드라인까지 타이트하게 55mg/dl는 아니더라도 전에 패턴보다는 더 철저히 조절하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100mg/dl 이하로만 유지하면 괜찮다는 인식이 있던 과거엔 오히려 아주 낮은 수치의 LDL-C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임상을 통한 근거가 쌓이면서 그런 우려는 누그러진 것 같다. 웬만하면 현실적인 목표치를 더 낮춰 잡는 분위기가 있다.
▲LDL-C를 낮추기 위해선 고용량 스타틴만으로 한계가 있다. 어떤 치료 전략을 사용하는지?
가이드라인대로 한다. 스타틴을 우선 적용하고 이후 용량을 늘려간다. 고용량에도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환자들이 없잖아 있다. 이런 경우 에제티미브를 함께 처방하는 전략을 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감안했을 때 스타틴+에제티미브 전략이면 보통은 목표 수치에 수월히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PCSK-9 억제제라는 강력한 약물이 나왔지만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처방을 해도 삭감이 많이 이뤄지고 보험이 기준을 충족하기도 어렵다. 약제비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처방을 하려고 해도 주머니가 가벼운 환자들은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PCSK-9 억제제를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용-효과'적인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굳이 55mg/dl까지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인에게는 스타틴+에제티미브가 적절한 대안이다.
▲최근 각종 이상지질혈증 복합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에제티미브' 조합을 권고했는데 이유는?
가이드라인은 무엇보다 임상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오메가3, 페노피브레이트 등 각종 성분을 조합한 복합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맥경화 심혈관 치료에는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것이 스타틴이다. 심혈관계질환 및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출 뿐 아니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에제티미브는 스타틴 만큼 효과적이진 않지만 스타틴과 콤보로 썼을 때의 심혈관 보호 효과가 좋다. 스타틴 용량을 두배로 올릴 때의 효과 및 부작용 발생 위험성을 감안하면 스타틴+에제티미브의 조합은 적은 용량으로도 효율적이다. 많은 연구를 거치면서 이 두 조합에서 일관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밝혀졌고, 임상 근거가 많이 축적됐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틴 성분은 로수바스타틴부터 아토르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등 다양하다. 처방 시 성분 선택 기준은?
효과가 좋아 '슈퍼-스타틴'이라고 불리는 아토르바스타틴이나 로수바스타틴을 가장 먼저 고려 대상으로 생각한다. 임상 연구도 제일 많다. 아토르바스타틴은 HDL-C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에 미치는 효과는 적다. 로수바스타틴은 절반 용량으로도 아토르바스타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도 더 강력하다. 보통 여러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에서는 로수바스타틴을 선택한다. 다만 간수치가 높거나 당뇨병 발병 위험이 있는 경우는 피타바스타틴을 선택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 성분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은?
스타틴 투약이 유의하게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특히 고용량으로 갈 수록, 대사질환 및 비만이 있을 수록 발병 위험도가 커진다. 당뇨병에 덧붙여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경우 치료를 위해선 스타틴을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뇨 고위험 환자는 저용량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다고 하면 로수바스타틴 저용량을 사용하거나 아예 조금 더 안전한 피타바스타틴을 선택한다.
▲보험급여 상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심근경색, 불완전 협심증 등 위험요소 동반 환자들에게는 초치료에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를 쓸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를 동반할 경우도 복합제 처방이 유용한데, 아직 임상 가이드라인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근거가 쌓여야 한다.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관련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조군 설정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위약군과 복합제 사용군의 효과를 비교할 것인지, 아니면 스타틴 사용군 대비 복합제의 효과를 비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당연히 복합제 사용군에선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통계적 효과 차이가 나올 수 있지만 스타틴과 대비해서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스타틴+에제티미브는 스타틴 단독으로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환자 및 스타틴 고용량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 대한 유용한 옵션이다. 복합제가 스타틴을 대체한다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새로운 기전의 PCSK-9 억제제가 나왔기 때문에 이런 약제와 비교 임상을 해 보면 확실히 비용-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