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 진료지침안 공개 단순화된 위험도 평가, 병용 약제 사용 근거 제시 특징
국내 진료지침이 없어 유럽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 의존했던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한국형 진료지침'이 완성됐다.
그간 중등도 이상 위급한 환자에 대한 병용치료 요법의 근거가 부족했지만 이번 지침 마련을 통해 적극적 치료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28일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서울스퀘어 3층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12개 유관 단체의 검토를 거친 한국형 진료지침(안)을 공개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점차적으로 폐혈관 저항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우심실 후부하가 증가돼 우심실 부전과 조기 사망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으로 현재 국내에서 치료 중인 환자는 약 1500명으로 추정 환자 수 대비 약 30%만이 진단 및 치료를 진행 중이다. 조기진단의 어려움 및 부정적인 예후에 덧붙여 제한적인 병용 약제 사용 보험 급여 기준이 적극적 치료를 막고 있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며 "인종이 다른 유럽 치료 기준을 사용해왔고 병용 약제 사용에도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형 지침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지침의 특징은 크게 ▲단순화된 위험도 평가 ▲병용 약제 사용 근거 제시 ▲희귀질환센터 운용 가이드라인 제시로 요약된다.
먼저 단순화된 위험도 평가(Risk Assessment) 기준이 마련됐다.
단순화된 지표를 통한 포괄적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위험도 평가가 가능하도록 개선했고 환자 개개인별 위험도 수준을 과소평가 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 시기에 평가를 통해 치료 전략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1년 추정 사망률이 5% 미만은 저위험도로, 5~10%는 중간 위험도로, 10% 초과는 고위험도로 분류했다.
예후 결정 요인은 ▲WHO 기능등급 ▲6분 보행거리 ▲BNP/NT-proBNP 바이오마커 ▲혈역학지표(우심방압/심박출량지수/ScO2)로 결정된다.
저위험도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저위험도 지표들이 있고, 고위험도 지표가 하나도 없는 경우, 중간 위험도는 지표들이 저위험 또는 고위험 범주에 들지 않을 경우, 고위험도는 심박출량지수나 SvO2(혼합정맥혈산소포화도)를 포함하는 적어도 2개 이상의 고위험도 지표들이 있는 경우로 정의된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을 국내 보험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지침도 나왔다.
학회는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하며, 초기 2제 치료 3~6개월 이후, 환자가 저위험(lowrisk)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실시해야 함을 권고했다.
병용 치료가 자유로운 일본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4%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46%에 그친다는 한계를 반영한 조치다.
박재형 교수는 "여러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합 치료하게 되면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진료지침 자체가 없었다"며 "한 개로 안되면 2제, 3제를 쓰는 고혈압 가이드라인처럼 폐동맥 고혈압에도 비슷한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발표했던 자료 등을 취합했다"며 "이번 지침을 통해 중증 환자라면 초기부터 병용 치료가 가능하도록 보험 기준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