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내에서 직원 등의 마스크 착용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운영자인 원장이 내야 할 과태료 금액이다.
11일 개원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칫하면 감염관리 소홀로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낼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자 "불합리한 규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적발 시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다.
이에 서울, 경기도, 대전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일선 의료기관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행정조치에 대해 사전 안내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의료기관의 종사자 및 이용자는 의료기관 안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주내용이다. 마스크 미착용 당사자는 과태료 10만원, 관리운영자는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대전시는 '전반적인 방역관리 지침을 위반했을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관리자, 운영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마스크 의무 착용이 불가피한 경우로 검진, 수술, 치료, 투약 등 의료행위 중 마스크 착용이 어려울 때 등의 예시를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는 환자를 비롯해 보호자까지 출입자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내용이 대동소이한 공문을 받아든 일선 개원가는 자칫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 L내과 원장은 "취지는 알겠지만 관리자에게 150만원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며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처벌하지 역장에게 벌금을 물리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스크 착용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지만 관리 감독하는 주체가 함께 처벌을 받는다는 그 자체가 불합리하다"라며 "학생을 잘 지도하지 못한 교사가 '제 잘못입니다' 하기를 바라는 비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제를 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몇세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신생아 환자도 있는데 그런 애들도 마스크를 써야 하나. 법 위반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안 쓰면 원장이 내는 과태료가 훨씬 쎄다"라고 꼬집었다.
서울 G비뇨의학과 원장도 "의료기관이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무 국민정서만 생각해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라며 "국민정서가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국민신문고에 적지 않은 액수의 과태료 부과 조항의 결정권자를 묻는 민원을 제기했다.
임 회장은 "병의원은 아픈 사람들이 오는 곳을 내원하는 사람들 감정이 매우 민감한 상태"라며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병의원 원장이나 직원이 좋은 말로 마스크 착용을 요청해도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 의료진을 비롯해 다른 환자의 안전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까지로 확대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령하면 따르라는 식의 상명하복식 행정"이라며 "진료현장에서 의사와 환자가 극심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탁상공론"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