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 외과 과장="작년과는 달리 전공의 정원 미달은 물론이고 예측자체가 안된다. 전공의 선발이 문제가 아니고 기존 전공의 이탈이 더 문제다. 변수가 너무 많다. 기피과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지만 이번처럼 불투명한 것은 처음이다."
전라권 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년까지는 경쟁이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달이다가 최근에 간신히 정원을 채웠다. 현재 전공의 저년차는 1년 쉬었다가 인기과로 진입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빅5병원 외과 교수="대형병원이라는 이유로 작년까지만 해도 경쟁이었는데 현재 미달이다. 의사국시 불발에 따른 인턴 수급난이 현실화된다면 못채울 것으로 본다. 이미 이탈하는 전공의가 생겼다. 매우 우려스럽다."
전공의 선발 시즌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의사국시 재응시로 내년도 인턴 수급난이 예상됨에 따라 일선 수련병원 교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도 인턴 공백이 예상됨에 따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이외에도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를 지키고 있던 진료과목에 전공의 지원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전공의 모집을 약 보름 남겨둔 현 시점까지 내년도 전공의 지원문의가 뜸하다는 게 일선 교수들의 전언이다. 대형 대학병원만 인턴 수급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소위 빅5병원이나 지역 내 강자인 국립대병원마저도 필수과목은 전공의 지원율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학회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벌써부터 일선 병원에서 내년도 전공의 지원율이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가 높다"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늘고있는 추세였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응급의학과는 내년도 인턴 수급 여부에 따라 지원율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전문과목"이라며 "정부가 의사국시 재응시를 하루라도 빨리 추진해야 내년도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내년도 최악의 전공의 지원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민이 크다"며 "소청과는 이제 정부차원에서 지원정책을 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학회가 파악한 2021년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는 정원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 즉, 정원 200여명 중 100명도 안된다는 얘기다.
지방 수련병원 교수들은 내년보다 내후년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내년 인턴이 사라지는 것보다 내후년 전공의 1년차 공백이 발생하면 기존 기피과 전공의들의 이탈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상권 수련병원 한 내과 교수는 "전공의 미달은 환자를 줄여서라도 감당하겠지만 기존 전공의들의 이탈은 의료붕괴 그 이상의 파장"이라며 "정부도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의 의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충청권 국립대병원 내과 교수는 "내과 3년제 등 이슈로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은 당직 등 업무 과부하로 번아웃 상태"라며 "내년에 인턴 수급난에 내과 전공의 지원자까지 더 줄어들면 병동 환자를 줄이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 의사 한명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가 있는데 외래, 수술, 당직에 병동까지 업무를 늘리면 자칫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며 "결국 외과는 수술을 줄이고 내과는 병동 환자를 줄이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2021년도 인턴 선발 계획을 고민 중인 단계. 올해 의사국시 재응시가 없을 경우 인턴 정원 또한 축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에선 인턴 정원은 그대로 전공의를 선발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경우 대형병원으로 대거 몰리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1년도 선발 인턴 정원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