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 랩소디 3상 연구 결과 공개 위약 대비 심낭염 재발 위험 96%↓ 염증 정상화에 7일 소요
항염증제 및 스테로이드, 항생제 투약에 그쳤던 심낭염의 치료에 신약이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상 3상 연구에서 심낭염 재발 위험을 약 96%까지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등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이다.
릴로나셉트(상품명 알칼리스트, Arcalyst)의 심낭염 재발 예방 효과를 살핀 랩소디(RHAPSODY) 연구 결과가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Scientific Sessions 2020)에서 16일 공개됐다.
릴로나셉트는 인터루킨-1알파(IL-1α) 및 인터루킨-1베타(IL-1β)의 사이토카인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미 FDA는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 증후군(CAPS)이라는 희귀 유전성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릴로나셉트를 승인한 바 있다.
심낭염은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FDA가 승인한 공식 치료법은 없지만 원인 및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항염증제, 콜키친 등을 투약해 증상 호전을 유도한다.
문제는 첫 증상 발병 이후 콜키친 치료에도 15~30%는 재발을 경험한다는 것. 특히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 때 면역 억제로 인한 중증 부작용이 거론된다.
연구진은 인터루킨-1이 심낭염 유발에 중요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고 인터루킨-1에 작용하는 릴로나셉트를 재발성 심낭염 및 전신 염증/급성 심낭염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했다.
대상 환자는 적어도 두 번째 재발을 경험한 성인 및 12세 이상 청소년으로 과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NSAID, 콜키친,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등의 조합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 대상자들은 릴로나셉트를 첫 투약한지 7일 이내에 염증 확인 단백질 수치(CRP)가 1mg/dL 이상이고, 통증 척도 점수 역시 10점 중 4점 이상이었다.
환자들은 릴로나셉트 치료 시작 후 12주동안 복용하던 다른 약물을 점차 줄여 결국은 중단했다. 연구진은 초회 용량으로 릴로나셉트 320mg(또는 18세 미만의 경우 4.4mg/kg)을 피하 투여한 다음 매주 160mg(또는 2.2mg/kg)을 투약했다.
총 86명의 환자중 79명(92%)이 임상을 마쳤다. 릴로나셉트 투약군에서는 30명 중 2명(7%)만이 심낭염의 재발을 경험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31명 중 23명(74%)가 재발을 경험했다. 수치로 환산하면 릴로나셉트의 상대적인 위험 감소도는 96%에 달한다.
통증의 해결 또는 거의 해결에 이르는 평균 값은 5일이었다. 염증 수치 CRP의 정상화에 걸리는 평균 값은 7일이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모든 환자는 성공적으로 용량을 줄이기 시작해 8주 이내에 릴로나셉트 단독 요법으로 전환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획기적'으로 평가했다. 재발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위약군이 8.6주였지만 릴로나셉트 투약군은 재발 사례가 적어 평균 값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
투약 16주 후 릴로나셉트 투약 환자의 81%는 심낭염이 없어졌거나 미미해졌다고 보고했다. 위약군은 25%에 그쳤다.
릴로나셉트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 반응(34%)이었으며, 모두 경증 또는 중등~중증도였다. 7명의 환자(23%)에서 발생한 상기도 감염은 경미하거나 중증도에 그쳤다.
다만 LDL-C 수치는 릴로나셉트 투약군에서 24주차 때 평균 124.8mg/dL를 기록, 위약군 111.7mg/dL 대비 더 높게 나타났다. 중성 지방 수치 역시 각각 198 mg/dL 대 96.7mg/dL로 현저히 높았다.
심장학회 관계자는 "임상 결과로만 보면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직접적인 효과 및 부작용을 논하기 위해서는 스테로이드와 비교하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 위험을 위약 대비 96%까지 낮춘 것은 획기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심낭염 재발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재발 기간 및 재발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신약으로서의 수요 창출 및 시장 성공 가능성을 나타낸다"며 "그간의 표준 치료였던 콜키친을 대체하거나 스테로이드 투약 용량을 줄이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 역시 기대감을 모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