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폭력 환자에 병원들 적극 대처…법적 처벌 이끌어내 "의료인뿐만 아니라 직역 관계없이 진료거부 가능해야"
폭행, 폭언, 성희롱. 의료인에게 가해진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 벌금부터 징역형까지 잇따라 철퇴를 내리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폭력을 행사하는 환자에 대한 처벌이 세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근절하기 위해서는 진료거부가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최근 간호사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한 환자 A씨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A씨는 경기도 B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병실을 찾아 상태 관련 질문을 하는 C간호사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C간호사는 성희롱에 해당하며 처벌받을 수 있다고 환자에게 주의를 줬지만 A씨는 오히려 "신고하라"고 화를 냈다. 상급 간호사까지 병실을 찾아 A씨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A씨는 건성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C간호사는 A씨의 성희롱성 발언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병원 측은 강경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A씨의 발언은 내용 자체가 저속하고 C간호사를 성적 욕구 해소 대상으로 삼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했다"며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병원 측 주장이었다.
울산에서는 응급실 의사에게 폭언을 하고 보안요원에게 폭행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환자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환자는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이미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던 터에 그 죄는 가중됐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복통을 호소하며 울산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P씨에 대해 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상해죄 등을 적용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치료를 해달라는 환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욕을 하며 약 20분간 소란을 피운 환자에 대해서도 울산지방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적용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적극 대응 나서는 병원들 "폭력 대상 직역 구분없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검거현황에 따르면 2005년 17건에 불과했던 위반 건수가 지난해 698건으로 41배나 증가했다.
의료진 폭행 사건과 직결되는 법인 만큼 의료진, 나아가 병원 측의 대응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의사를 비롯해 병원 행정 직원까지 병원 인력이 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진료거부가 병원 차원에서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한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판에는 의료기관의 진료거부권 인정 범위를 기존보다 넓혔다.
복지부는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과거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의료인의 판단하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일 때 당장 진료하지는 않더라도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다른 의료기관을 안내할 때"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경기도 D종합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병원 구성원이 성희롱이든, 폭행이든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처벌이 가능하다"라며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피해를 당하면 가해 환자와 분리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감안했을 때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의 대상이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직역에 관계없이 의료기관 차원에서 진료거부가 가능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