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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성추행에 강경 대응한 대학병원, 형량 늘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0-09-21 05:45:55

검찰, 벌금 400만원 약식명령 결정에 불복 정식재판 요청
"의료진은 감정노동자...보호 위한 병원의 적극적 노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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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간호사가 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벌금 400만원에 약식명령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이에 병원 측이 정식 재판을 요청하고 나섰다. 진료 현장에서 벌어진 의료진 폭력 사건에 대해 강경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경기도 A대학병원 간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400만원으로 약식명령을 하려던 검사의 결정 보다 더 높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B씨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라며 "범행을 시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지난해 9월 A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다친 팔을 치료받던 중 20대 간호사에게 다가가 퇴원을 요구하고,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있던 간호사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졌다.

사건 발생 후 병원 측 대응은 완강했다. 검찰의 결정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까지 요청했다. 해당 간호사는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검사의 처분에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안전한 응급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B씨를 더 강하게 처벌해 줄 것을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A대학병원은 강제추행 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제추행치상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00만원 벌금의 약식명령 청구가 최선이라면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에 따라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강제추행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 건강 상태가 나쁘게 바뀌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내밀었다.

추행을 당한 간호사는 사건 후 우울, 불안, 예민성, 수면장애, 생산성 저하, 기피 증상, 악몽 등의 증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다. 당시 상황의 정신적인 충격과 공포를 얻어 신체의 완전성 또는 생리적 기능의 장애가 생긴 것 자체가 상해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당시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곤란하면 그 피해는 다른 환자에게 귀결될 수 있다"라며 "B씨가 강한 처벌을 받아 다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B씨 같은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진료거부'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인 판단하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경우 진료거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하지만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이 환자에게 폭행, 강제추행을 당했을 때 담당 의사의 진료 거부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대한병원준법지원인협회 관계자는 "진료거부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은 병원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간호사가 강제추행, 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을 때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다른 의료인이 다른 의료기관 안내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도 감정노동자 중 하나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병원 측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으로 A대학병원이 보여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