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산하 결정구조 제안 등 민간전문가 의견 수렴 필요성 제기 코로나 확산세에 중수본 전문가 자문회의 끊긴지 수개월째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시작을 알리면서 방역 및 감염 전문가들이 새로운 거버넌스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10개월째에 접어들면서 피로감이 높아진 방역당국을 위해서도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행보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24일 익명을 요구한 감염병 전문학회 관계자는 "중수본 주최로 열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가 안 열린지 수개월이 지났다"고 전했다.
2단계 격상 이전부터 전문가들은 1~2주간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지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지만 중수본 측은 안일하게 대응하는데 그쳤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하루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수개월째 전문가 회의조차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예방의학회 관계자는 "내년 1월말부터 2월초가 코로나19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알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대비는 없다"면서 "특히 방역당국은 기재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대한감염학회, 한국역학회 등 11개 코로나19 관련 전문학회장 회의에서 의료현장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에 대한 아쉬움을 제기했다.
이들 전문학회들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학계와 전문가보다 긴밀한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을 방역당국에 주문했다.
방역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서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방역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수도권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통령 혹은 총리 산하 별도 기구를 마련해 감염병 학계 및 전문가 의견이 방역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즉, 극심한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보다 전문가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해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일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란 뭘까. 지금의 중수본이 아닌 총리 산하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결정구조가 필요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령, 총리실 산하에 각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코로나19 대응 TF를 구축하고 여기에 민간전문가를 투입해 실시간으로 감염병 대응 역할을 맡기는 방식이다.
앞서 메르스 당시 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2개월 내에 방역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주인공인 김우주 전 감염학회 이사장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우주 전 이사장은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에 참여해 방역대책을 함께 논의하면서 확실히 효율성이 높아지고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또 다시 민간전문가를 투입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질병관리청 조직을 급하게 만들다보니 전문가 충원이 안된 상태에서 조직만 커졌지만, 어쨋든 새로운 조직이 생긴 만큰 그들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힘을 싣어줘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