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내년 종합병원 이상 '자율형 분석심사' 시행 공식화 적정성평가 연계 유력…등급 높을수록 삭감 부담 경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심사기법 도입을 예고해 주목된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와 갈등 속에 시작한 분석심사 시범사업 시즌2라고 할 수 있는데, 높은 평가를 받을수록 심사 '자율권'을 부여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1차 심사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2021년 심사체계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의학회 등 주요 의료단체 모두가 참석했다.
특히 이 날 회의에서 심평원은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한 '자율형 분석심사' 도입을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자율형 분석심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의사의 임상‧의학적 판단이 큰 영향을 주는 질환에 대해선 '진료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기존의 심사지침에 어긋나더라도 환자 치료에 있어 필요했던 것이라면 의사의 판단을 인정, 자율성을 부여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심평원은 단서를 달았다.
우수 의료기관으로 평가된 의료기관에 한 해 자율적 진료기능을 대폭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이후 1년 동안 진료성과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자율권을 계속 보장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기본 계획이다.
심평원의 계획대로 자율형 분석심사가 도입된다면, 가령 대장암 적정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은 한 해 동안 진료 자율성을 보장받게 된다. 이에 반해 3~5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은 현행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한 '제한된' 건별 심사 대상으로 유지된다.
즉, 적정성평가와의 연계를 통해 높은 등급을 받을수록 진료 자율성이 그 만큼 보장받게 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그동안 기관의 두 축인 심사와 평가가 따로 운영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율형 분석심사는 평가가 심사를 연계해 우수한 점수를 받은 병원은 진료의 자율성을 주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개념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대장암‧권역외상부터 스타트…중소 '종병'이 변수
당장 심평원은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년 암(대장암), 뇌혈관(급성기뇌졸중), 권역외상센터 등에 자율형 분석심사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 제도가 안정된다면 유방암, 폐암, 허혈성 심장질환, 응급실 등에까지 자율형 분석심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이 된 질환의 특성 상 중증도가 높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제도가 안착된다면 병원급 의료기관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심평원의 구상이다.
일단 병원계는 심평원의 계획이 알려지자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을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중소병원들의 반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병원은 자율성을 주고 중소병원에는 강화된 심사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데에 따른 우려다.
병원협회의 한 임원은 "현재 분석심사 항목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인 데다 약제 처방 중심인 질환으로 진행했다"며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서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자율형 분석심사는 중증도가 높고 진료 패턴의 변이가 심한 항목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개 분석심사 항목은 식약처 허가와 급여기준에 맞춰서 심사되기 때문에 진료패턴의 변이가 적다. 중증도 높은 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자율형 분석심사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며 "일단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중증도 높은 질환에 대한 진료는 되도록 허용해주겠다는 심평원의 의지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관계자도 "대장암이나 권역외상 분야평가는 자리를 잡았고 의학적으로 의사의 판단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라며 "중증도가 높은 분야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생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 진료에 있어 심사가 오히려 제한을 주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설계된 심사기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