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1,2심 법원서 "1억원 반환" 판결 뒤집고 대법원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 "낙상환자 관리 소홀 과실보다는 충실한 심리 판단 필요" 판시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중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었다.
건강보험공단은 낙상사고로 인한 치료비 중 공단 부담금에 해당하는 약 1억6665만원을 돌려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이 낙상환자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1심과 2심 법원은 환자가 어떻게 침대에서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낙상 사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 병원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억6665만원 중 60%는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금액은 9999만원이다.
병원 측은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S의료재단 산하 K병원은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을까.
60대의 K씨는 급성담낭염으로 K병원에 입원해 담도배액술 및 도관삽입술(PTGBD insertion)을 받았다. K씨는 수술 다음날 혈압저하, 고열, 패혈증이 생겨 중환자실로 옮겨져 고유량 비강 캐뉼라 산소투여법 등의 치료를 받았다.
K병원은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K씨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했다. 낙상사고 위험요인 표식을 부착하고 침대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침대바퀴도 고정했다. 사이드레일을 올리고 침상 난간 안전벨트도 사용했다. K씨에 대해 낙상 방지 주의사항 교육도 했다.
K병원 중환자실은 한 시간 간격으로 매 시각 45분에서 정각 사이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2시간 간격(짝수 시간)으로는 체위변경과 기저귀 교환,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 손상 여부 확인을 위해 2인 또는 3인 1조로 움직인다.
K씨가 낙상 사고를 당할 때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한 명당 환자 3명을 전담하고 있었다.
당시 간호기록에 따르면 K씨가 뒤척임 없이 안정적인 자세로 수면 중인 상태를 확인했다고, 20분 후에는 PTGBD 배액을 했다. 또다시 15분이 지나서 환자가 침상 난간 안전벨트와 침대 난간을 넘어와 떨어지는 일이 생긴 것이다.
즉, K병원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약 15분 후에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는 "침상 난간 안전벨트는 환자 어깨부터 무릎 정도까지 적용되는데 완전히 단단한 재질이 아니라 의식이 명료한 환자는 손발이 자유롭고 충분히 의지만 있으면 위로든 아래로든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증언도 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K씨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침대 근처에 안전예방매트가 없었다며 병원 측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건보공단과 K병원 모두 법원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공단부담금 100%를 돌려줘야 한다고, 병원은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며 상고한 것이다.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는 최근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K병원 측 손을 들어준 것
재판부는 "병원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K병원이 낙상 예방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게 오늘날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 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게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 규범적으로 평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보다는 충실한 심리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더했다.
재판부는 "낙상사고 발생에 의료상 과실 이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병원 측 과실 때문에 낙상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 없이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판시 사정에 기초해 병원 과실이 있다고 봐 병원 측 손해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다"라며 "주의의무 위반 및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접한 한 의료행정 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액 사건 분쟁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면 통상적으로는 원심판결을 인정하며 상고를 기각한다"라며 "파기환송 결정은 아무래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