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학회, 복지부와 함께 공개토론…규제중심 제도 지적 "미국 버금가는 의료AI 허가…정작 의료현장서는 외면" 호소
"의료진 입장서 보면 행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식약처에서 보건‧의료 AI를 53개 허가했는데, 현장서 활용하는 되는 것은 한 개도 없다."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에 힙입어 의료데이터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냉정했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뿐더러 규제 일변도인 정책 노선 또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의료정보학회는 지난 4일 복지부와 공동을 '2020년 의료정보정책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데이터 3법 시행 이후 의료데이터 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표준화' 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성균관의대 신수용 교수는 현재 복지부가 바라보는 국내 병원정보시스템 보급률부터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의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선 병원정보시스템 보급이 선결조건.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92%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신 교수는 실제로 미국의 83.8%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 아주의대 박래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EMR 보급률은 58.1% 수준으로 냉정하게 현실 정부가 바라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기에 데이터 3법과는 별개로 의료인에게 강제하는 복지부와 국회의 '규제' 일변도의 정책 노선도 변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령 복지부가 고시하는 의학용어 사용을 의무화는 법안을 국회 쪽에서 강행하고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수용 교수는 "의료인 입장에선 행패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 표준화 추진에 엄청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재는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다. 기업체가 개인 동의하에 수집한 건강 관련 정보로 제품 개발 시에도 IRB를 개별로 받아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서울아산병원 이재호 교수는 "의료기관이 데이터를 외부에 반출할 때 위험도와 이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의료기관과 연구자가 부담만 가져야 하는 구조"라며 "데이터 제공자 따로, 수익을 취하는 자 따로 있는 구조"라고 개선을 주장했다.
"의료 현장서 외면 받는 AI? 활용사례가 없다"
동시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국내 건강보험 정책의 근간이 되는 '행위별 수가제'와 다른 별도의 지불제도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업과 의료진이 제품을 지속가능하게 개발‧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전지불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특성상 미래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수익을 보장해주는 지불제도가 아닐 경우 제공자인 의료현장에서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균관의대 박재현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특성 상 행위별 수가제가 불리하다. 우리나라는 결과 중심으로 보상을 받는 체계라 다양한 시도를 하기 힘들다"며 "약제처럼 비용효과를 분석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이를 분석하는 연구원 설립도 고민해볼 문제"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예산 투자 관점도 변화해야 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전까지 보건‧의료 R&D 예산은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 개발에 집중됐는데 앞으로는 활용 관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수용 교수는 "식약처에서 보건‧의료 AI로 허가한 것이 현재 53개다. 미국 FDA는 현재 68개를 허가했다"며 "문제는 이렇게 많이 인정을 받았는데 의료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받은 사례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R&D 과제만 계속 나오는데 이제는 실증 사업도 고민해야 한다"며 "저수가인 의료체계에서 필요성을 검증하는 형태의 사업이 필요하다. 수가 보전을 못해줄 것이라면 보건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