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대처에 주효했던 세 가지 조치 제시 4개월 동안 906명 의료진 투입…465병상 운영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지난 2월 병원 전체를 비우는 통 큰 결정을 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약 4개월의 시간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어떻게 관리했을까.
대구동산병원은 조치흠 동산병원장팀(공동1저자:감염내과 이지연 교수, 글로벌케어 김민진 연구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및 감염관리 활동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논문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저널 'Bulletin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12월호에 실렸다.
대구동산병원은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 하루만에 병원 건물 전체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진료공간으로 바꿨다. 조치흠 동산병원장은 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아 병원 운영을 진두지휘했다.
대구동산병원은 6월 29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총 906명의 의료진을 투입해 104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 의료진에는 동산의료원 소속이 402명, 파견지원이 504명이었다.
조 원장팀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환자 입원부터 검사까지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동선 확보 ▲감염병 대응 경험 풍부한 의료진에 권한 부여 ▲코로나19 환자 집중 관리 등 세 가지 조치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대구동산병원은 병원 본관 전체를 오염구역으로 지정하고 신규 입원 및 영상검사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했다. 초기 3일 동안 200여명의 신환을 입원시킬 수 있었고 병상을 점차 증설해 중환자실 20병상 포함 465병상을 확보했다.
코로나19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별도 경로를 만들었고 중환자실을 확대해 일반병동에서 중증으로 진행되면 신속하게 옮길 수 있도록 했다. 또 환자와 회복 중인 환자 분리를 위해 별도 건물에 회복 병동도 만들었다.
또 체계화 된 관리 시스템 제공을 위해 신종 감염병 대응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전진 배치했다. 진료 및 운영시스템 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
감염병 대응 경험이 없는 의료진과 직원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환자 치료의 오해와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기 위한 조치인 것. 경증 환자(경증질환, 저산소혈증 없는 폐렴)와 중환자(심각한 폐렴,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다발성 장애 등)를 구분한 치료 지침도 개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폐렴 진행 상황을 예측하는 객관화된 지표를 만들어 고위험 환자는 집중 모니터링하고 중환자실과 가까운 병동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수백명씩 발생하는 시기였기에 대구동산병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각 단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초기에는 동산병원 인력이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의료인력이 절실했다"라며 "타지역 의사와 간호사가 신속하게 병원으로 파견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먼저 공공병원 의사와 간호사,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가 파견됐다"라며 "그 후 민간 간호사와 자원봉사를 하던 민간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했다. 의사회, 중환자의학회, 대한간호사협회 등도 자원봉사자 모집에 힘을 보탰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주거비, 일비, 위험 급여 및 인력 파견과 관련된 기타 비용을 부담했다. 비정부기구인 글로벌케어(Global Care)도 파견을 지원했다.
10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지만 코로나19 감염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개인보호장구 착탈의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 및 모니터링, 개인보호구의 적절한 공급 및 관리, 근무인력에 대한 사회적 거리 부여 규칙 등도 긍정적 결과에 기여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연구진은 특히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비의료인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병동 투입 전 의료진 보다 더 많은 횟수의 반복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피드백을 거쳐 안전한 개인보호구 착탈의가 가능한 인력을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연구진은 "방역 및 영양 담당 직원, 요양보호사 인력 등 비의료인력의 경우 신종감염병 및 감염관리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라며 "타 부서 보다 연령층도 높은 편이어서 감염이 되면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군이었다"고 설명했다.
대구동산병원 감염관리실장으로 활약한 이지연 교수는 "신종 감염병 대규모 유행 상황에서 기존의 종합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발빠르게 전환하고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원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치흠 원장은 "코로나 발병에 대한 임상 관련 연구 간행물은 많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한 특성 및 치료관리, 운영관리 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