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하며 병상 확보를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막상 일선 의료현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복지부는 9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한 경우 기존 평균 병상의 5배를 지급하고, 중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추가적인 인력투입을 감안해 10배의 병상비용을 지불하는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언급했듯 기존 병상의 5배, 10배의 보상체계를 제시했음에도 일선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왜 썰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병원 운영에 실질적인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운영하는데 인력이나 시설 등 한계에 부딪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운영에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이유는 중환자 치료병상으로 정부 지정을 받은 경우에 한해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중증환자 치료에 한해 추가 보상을 하는데 중증도 기준 또한 모호해 정작 제대로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수도권 K대학병원은 약 100병상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음압시설을 갖춘 10개 병상이 전부다. 그마저도 중증환자를 치료할 때 추가 보상이 가능하다.
K대학병원 한 의료진은 "90세 이상의 고령환자가 경증으로 입원해 3일만에 산소호흡기를 달 정도로 악화됐지만 정부 측은 추가 수가를 인정할 수 없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당장 환자가 쏟아지는데 보상기준을 따져가며 환자를 받을 수 없어 일단 진료에 매진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보상체계는 병원 손해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수준이지 기존 병상을 내놓을 만큼 동기부여가 될만 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K대학병원의 경우 4인실에 코로나19 환자는 1명, 최대 2명까지 배치가 가능하다. 수용 가능한 환자 수는 1~2명인데 투입해야 하는 의료인력은 최소 2배 이상으로 인력난이 극심해진다.
K대학병원 의료진은 "기존 병실수가 자체가 높았다면 그나마 메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워낙 저수가인 탓에 5배, 10배를 높인다고 해도 매력적일 수 없다"며 "간신히 손해는 면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 E대학병원은 현재 1개병동(35개 병상)을 비워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 중이지만 정부의 보상체계는 일선 병원에 동기부여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환자동선과 감염관리 등을 고려해 1개 병동을 통째로 비워 35개의 병상을 확보했지만 수용 가능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수는 3~4명 수준이다.
실제로 1개 병동에 투입하는 간호사는 25~30명. 비코로나 환자의 경우 1개 병동에 투입한 간호사는 12~15명 내외 수준으로 평소 대비 간호인력을 약 2배 투입해야 돌아간다.
E대학병원의 경우를 따져보면 35개 병상에 대한 운영비를 기존 병상 대비 5배를 보상하고 중환자를 치료한 3~4개 병상에 대해 10배를 보상받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해당 병원 관계자는 "병상은 있지만 환자를 더 수용하고 싶어도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으로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보상체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병실료 이외에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려면 벤틀레이터 등 장비도 추가로 구매하고 시설도 기준에 맞춰 공사를 해야한다"며 "정부는 추후에 실비는 보상하겠다고 하지만 앞서 수차례 지켜봤지만 보상 시점은 알 수 없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