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주도 국내 다기관 연구 통해 진단 정확도 증명 민감도 100%-특이도 90% 기록…"대상군·가격 걸림돌"
국내에서 개발된 대장암 진단 키트가 민감도 100%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내면서 산업계는 물론 의학계도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며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사실상 대장암 환자를 한명도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일부에서는 연구 설계 상 보다 대상군을 넓힌 대규모 연구가 뒤따라 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장암 보조 진단 키트 얼리텍 민감도 100% 기록
10일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보조 진단 키트인 얼리텍이 전향적 맹검 임상시험에서 민감도 10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대장항문학회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다기관 연구.
연구가 진행중에 있는 병원에 대장내시경을 위해 방문한 위험군 수검자를 대상으로 분변을 채취해 맹검 방식으로 얼리텍 검사를 수행한 후 내시경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이다.
위험군이란 암 가족력이 있는 40세 이상의 성인과 용종 절제 경험이 있는 수검자, 유전성으로 용종증 및 비용종증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성인으로 규정됐다.
현재 등록된 수검자는 총 562명. 이번에 공개된 연구는 1차로 진행된 213명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다.
분석 결과 종양의 단계나 위치, 수검자의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얼리텍은 대장암을 진단해 내는 민감도가 100%를 기록했다.
민감도 100%란 양성으로 판정한 것이 음성일 확률이 없다는 것으로 사실상 대장암 환자를 전부 골라낼 수가 있다는 의미다.
특이도 또한 90%대를 기록했다. 특이도란 질병이 없을때 음성 결과를 내는 확률로 수치가 높을 수록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1200개의 사례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연구의 최종 결과는 내년 1분기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중간 분석에서 100%의 민감도를 보인 만큼 의학자들의 기대감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대장항문학회 이석환 이사장(경희의대)은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4%에 달하지만 현재 국내 조기 발견율은 37.7%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임상이 중간 분석과 같이 높은 효용성이 확인되면 대장암 조기 발견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임상군 한계론도…"정상 수검자 대상 연구 필요"
이러한 결과에 따라 과연 얼리텍이 현재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들과의 경쟁이 가능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을 대부분 잠식하고 있는 제품은 이그젝트 사이언시스(Exact Sciences)의 콜로가드(Cologuard)다.
콜로가드는 지난 2014년 판매량이 불과 4천개에 불과했지만 2019년도에는 2분기까지만 45만개 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연간 3천억원의 수익을 가져가며 전 세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심지어 콜로가드는 얼리텍과 유사한 방식의 진단 툴을 사용한다. 바로 분변에서 특정 유전자를 통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현재 얼리텍은 분변 DNA에서 메틸화된 신데칸-2(syndecan-2)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대장암을 진단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DNA 메틸화, 즉 DNA 서열은 변하지 않고 메틸기가 달라 붙는 화학적 변화를 감지해 암을 선별적으로 진단하는 툴.
메틸화가 일어나면 유전자 발현이 차단돼 암으로 진행하고 이러한 기전은 암이 진행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이를 바이오마커로 삼는다면 내시경 등을 진행하지 않고도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현재 콜로가드는 민감도 92.3%, 특이도 86.6%로 현존하는 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얼리텍이 중간 분석에서 기록한 민감도와 특이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를 훨씬 상회하게 되는 셈. 일부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콜로가드 등과 경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임상시험은 대장암 위험군에 한해 진행중에 있다. 사실상 대장암이 발병했거나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검자들이라는 의미다.
결국 건강검진 등 질환이 없는 환자들이 주 대상이 되는 보조 진단 키트의 특성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가 따라오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
A대학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결국 얼리텍의 필요성은 매우 루틴(일상적인)한 스크리닝(검진)의 목적인데 이번 연구는 대장암 위험군으로 한정돼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서 기대되는 좋은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가 뒤따라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일반인에게 민감도가 이정도 수준까지 나온다면 세계 시장까지 바라볼 수 있는 우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로 충분한 신뢰도는 바탕이 되는 만큼 치밀한 연구 설계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회나 지노믹트리는 이번 연구에도 거는 기대가 크다. 가장 조기 검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위험군인 만큼 이 부분부터 임상적 근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대장항문학회 이석환 이사장은 "대장암 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인 검진이 사망률 감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학회 주도 연구를 통해 위험군 먼저 전향적 임상을 진행하게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민감도만큼은 이번 연구 결과를 지켜볼만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상이 위험군이라 하더라도 민감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의견이다.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민병소 교수(대장항문학회 총무이사)는 "민감도는 결국 대장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수치"라며 "결국 대장암 환자에게 암이 있다는 것을 디텍팅(발견)하는 것인 만큼 고위험군이건 저위험군이건 대상군이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풀이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현재 공개된 데이터는 말 그대로 중간분석 결과인 만큼 지나친 기대도, 한계도 논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중간분석에서 100%가 나온 만큼 최종분석에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만 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검진 의사들 가격 한계 지적…"의학적 근거가 우선"
실제 얼리텍의 주요 타깃인 검진 기관의 의사들은 이러한 연구 성과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정작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충분한 민감도와 신뢰도를 갖춘 제품이 등장한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현재 얼리텍의 편의도에 비해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광범위한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 얼리텍은 100% 비급여 제품으로 일선 검진 기관에서 20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얼리텍 제조사인 지노믹트리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15만원 선으로 검진 기관에서 시행 및 상담료 방식으로 5만원을 남기는 구조.
대장내시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수검자나 수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 혹은 고령의 이유로 내시경에 한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조 진단의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사회 임원인 B내과 원장은 "아무리 민감도가 100%에 가깝다 해도 결국 확진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과 조직 검사가 필수적이다"며 "의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민감도가 바탕이 된다면 순응도가 좋은 제품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환자의 재정 부담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대장내시경 비용이 수면을 제외하면 4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4만원에 확진까지 가능한 검사를 두고 20만원이 넘는 검사를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노믹트리도 FDA 승인을 통한 해외 진출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임상적 근거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이를 쌓겠다는 입장이다.
지노믹트리 안성환 대표이사는 "얼리텍의 임상적 우수성 및 진단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 및 리얼월드스터디를 진행하며 임상적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며 "이번 중간 분석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조만간 얼리텍의 정확도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들이 쌓여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