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필수의료 개념 방향 중증응급 등 4가지 제시 의협, 개념 좁게 해석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긴급한 의료"
9.4 의정합의 후 약 3개월만에 공식 대화 테이블에 앉은 의료계와 정부의 첫번째 어젠다는 '필수의료'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3일 오후 5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의정협의체 2차 회의를 가진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에 제시한 필수의료 정책 방향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개념 정의부터 정립할 예정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국제적, 학문적으로 통일된 필수의료 기준이 없다"라며 그 간의 사용된 사례를 통해 필수의료 개념 방향을 ▲중증응급분야(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분만, 모자보건, 감염병 등 공중보건 대응 ▲만성질환관리, 환자안전, 재활, 예방적 관리 ▲공적보험의 급여적용 항목 등 크게 4가지로 정리했다.
이런 관점에서 필수의료인력 확충 및 지원, 지역책임병원 지정 등 공공의료체계 확립, 지역 수가 및 중앙-지방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산하 필수의료소위원회는 두 차례 회의를 갖고 필수의료 개념을 비롯해 재정 상황을 고려한 우선 순위를 조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협은 '필수의료'를 앞세워 전공의 배정 권한 이관, 저평가된 의사업무량 현실화, 필수의료 우선순위 및 급여선정위원회 구성 등을 정부에 제안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 중이다.
더불어 의정협상단은 의료정책연구소와도 회의를 갖고 정부 방향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정협상에서 의료계 제안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고 있다.
의협은 우선 2차 회의에서는 정부가 설정한 필수의료 개념을 보다 좁게 해석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역별 환자 수, 병상 수 등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해 자체 검토해 세부적인 방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범투위 관계자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필수의료 범위를 어떻게 정할 지는 중요한 문제"라며 "필수의료는 좁게 보면 환자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긴급을 요하는 것으로 국한해서 볼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 중 중증응급분야, 분만, 모자보건, 감염병 등 공중보건 대응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양이 아니라 질적 측면이 보다 중요시 돼야 한다"라며 "질 담보를 위해서는 지역후송체계를 구축해 적정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적절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의료기관 확대는 무의미하고 신규병원을 설립하기 보다는 기존 병상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및 시설 부족을 이유로 의사수 증원 및 공공병원 확대를 추진하려 하지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적극 주장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