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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공·사보험연계법 정부가 되살려…의료계 '발칵'

박양명
발행날짜: 2021-01-11 05:45:56

복지부-금융위, 관련 법안 개정 예고…정부 입법 형태로 재등장
"공보험-사보험 동등한 위치 아니다" 실손 상품 설계 문제제기

정부가 나서서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하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리기업인 실손보험사의 권한을 굳이 정부가 나서서 공보험과 동등한 선상에 놓고 감독하는 것이 지나친 간섭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6일까지 의견수렴을 받고 있다. 의견 수렴 후에는 법안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공・사의료보험 연계심의위원회(이하 연계위원회) 신설이다.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서로 연계해 관리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구성・운영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현황 및 상호 영향 관련 사항에 대해 연계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복지부와 금융위는 공공기관, 요양기관, 보험회사, 보험협회, 보험료율 산출기관 등의 장에게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그 자료는 요양급여비 지급에 관한 정보, 개인정보, 신용정보, 진료정보 등이다.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

정부 입법안, 20대 국회서 폐기된 법안과 대동소이

사실 공보험과 사보험을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는 법안은 이미 20대 국회에서 등장한 바 있다. 4명의 여야 국회의원은 아예 '공사보험연계법'을 만들어 발의한 것.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종석‧성일종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연계하기 위한 위원회 설치, 건강보험 확대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과 비급여 현황 등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 등을 담아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입법 공청회까지 가졌지만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이번에는 유관 정부 부처가 합심해서 내놓은 것.

국회의원 입법과 다른 점은 법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건강보험법, 보험업법에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국민 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을 적정화 한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다.

국회 관련위원회 심의 의결, 본회의 심의 의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료계 "의료비 지출 관리 주무부처는 복지부"

공사보험 연계위원회가 요구하는 각종 자료 제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의료계는 입법예고 소식과 동시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공보험과 사보험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보장성 강화 및 비급여 제도 개선을 복지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복지부가 필요한 자료를 금융위나 금융감독원에 요청해서 받으면 된다"라며 "실손보험 개선이 필요하다면 복지부가 판단에 금융위에 권고의견을 내고 이를 금융위가 추진하면 된다"라며 법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손보험으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이용 유발 문제를 공보험과 연결 지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었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실손보험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의료이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보험상품 설계상의 문제"라며 "소비자가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선택하도록, 더 많은 의료이용이 가능한 상품을 설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의료이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급여의 급여화 등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감소하고 있다"라며 "실태조사 항목 및 자료 활용 범위는 비급여 영역이 아니라 실손의료보험 관련 사항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 보험이사도 "국민 의료비 지출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는 복지부"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복지부가 자료를 요청하고, 그에 따라 내는 것은 크게 문제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영리기업인 보험사를 보험업법으로 관리하는 금융위가 진료정보, 개인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법적으로 복지부에 요청해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이중 부담을 줄이려면 관련 자료를 복지부가 금융위에 요청하면 되는 문제"라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