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질병과 인체 내 서식하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과의 상관성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감염에 있어서도 미생물이 감염후 중증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콩중문대 양윤길 교수 등의 연구진이 진행한 코로나 감염자의 면역 반응과 장내 미생물과의 상관성 연구가 11일 국제학술지 BMJ에 게재됐다(dx.doi.org/10.1136/gutjnl-2020-323020).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전정보나 미생물 전체를 총칭하는데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질 때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학계가 최근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가 주로 호흡기 질환이지만, 위장관이 이 질병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코로나 감염자의 질병 중증도와 관련이 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코로나로 입원한 성인 100명(만 36세, 여성 47명)과 전염병 이전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참여했던 성인 78명(만 45세, 여성 45명)을 대상으로 혈액과 대변 샘플을 채취했다.
감염자 중 41명은 입원 중 여러 번의 대변 검체를 제공했고, 이 중 27명은 완치된 이후에도 30일까지 계속 대변 검체를 제공했다.
대변 검체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 투약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로 면역에 관여하는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유박테륨, 비피도박테리아 종들은 코로나 감염자에서 고갈된 것으로 나왔는데 이런 상태는 완치 이후에도 한달여간 지속됐다.
연구진은 혈액 샘플 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미생물 불균형이 C-reactive 단백질, 젖산탈수소효소, 아스파테이트 아미노트란스페라제, 감마 글루타밀전달효소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혈액 표지의 수치 상승과 상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의 장내 미생물이 사이토카인 수준 및 염증성 표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며 "미생물은 체내 면역 반응을 조절해 코로나의 심각도에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적절히 사용하면 보조요법으로 유용할 수 있다"며 "홍콩인구의 약 40%가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코로나 감염 시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