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낙상 이틀 후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고 대형병원으로 전원, 치료를 했지만 약 1년 후 환자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낙상 사고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법원 문을 두드렸다. 요양병원의 책임은 어디까지 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9단독(판사 정우정)은 낙상 사고 약 1년 후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 측이 경상북도 T요양병원 A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측 모두 항소를 포기, 판결은 1심에서 확정됐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T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O씨는 휠체어를 타고 간호사실 앞에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넘어져 오른쪽 눈썹 위가 약 3cm 정도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병원 측은 찢어진 부위를 봉합하고 엑스레이 검사까지 마쳤다.
사고 당시 O씨가 복용하거나 투약 중이었던 약물은 쿠에타핀(항정신용제), 라제팜(최면진정제), 트라젠다(당뇨병약), 다이아벡스(당뇨병약), 클로렐(항응고제), 와파린(항응고제) 등이었다.
문제는 낙상사고 이틀 후에 일어났다. O씨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몰아쉬는 증상을 보인 것. 활력징후를 측정했더니 혈압 180/90mmHg, 산소포화도 58%, 혈당 84mg/dl였다.
5분 후 O씨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병원 측은 사설 구급차를 호출해 대형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구급차에는 간호조무사가 함께 탔다.
O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하고 있다가 낙상 사고 약 1년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남겨진 유족측은 T병원 의료진의 잘못으로 O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펼쳤다. O씨는 치매와 파킨슨병을 동시에 앓고 있어서 낙상사고 위험이 컸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혼자 휠체어를 이용하도록 병원 측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낙상사고 후에도 O씨 활력징후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고,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않아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게 만들었고, 궁극적으로는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진료기록감정을 반영,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것과 낙상사고의 인과관계는 없지만 낙상 사고 관리가 부실했다는 부분을 인정했다. 이를 반영해 낙상사고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위자료 금액은 총 799만원 수준이다.
재판부는 "낙상사고 후 환자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고,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O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낙상사고 당시에는 O씨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이 꽤 저하된 상태였고 O씨는 이전에도 넘어져 다친 적이 있다"라며 "O씨는 낙상사고 당시 낙상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낙상으로 인한 뇌출혈시 지혈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O씨는 낙상사고 위험성이 적지 않은 상태였고 병원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신체억제대 등 안전조치도 없이 O씨를 휠체어에 혼자 앉아 있도록 둔 데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