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의대 예과2학년 정은별|최근 SNS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며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심각한 정도의 학대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챌린지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주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챌린지’라 일컫는 것의 의미와 실효성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챌린지(challenge)의 사전적 의미에는, 사람의 능력이나 기술을 시험하는 도전 및 시험대, 경쟁이나 시합 등을 제기하는 도전, 무엇의 적법성 등에 이의를 제기 및 도전하다, 경쟁싸움 등을 걸고 도전하다, 상대방에게 도전이 될 일을 요구하다 등이 있다.
오늘날 SNS를 통해 굵직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반짝’ 일어나는 챌린지는 마치 사회 문제에 개인이 ‘깨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도록 하는 경쟁을 제기하는 도전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챌린지가 일어난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 진단과 해결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은 배제된 채, 감성으로 점철된 응원, 애도에서만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은 안타깝다.
심지어는 단순히 챌린지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챌린지와 관련된 해시태그만 단 채, 챌린지의 사회적 배경과 전혀 무관한 제품이나 사업을 홍보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특정 사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챌린지의 기능은 중요하나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환으로, 수반되어야 할 제도의 개선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중들이 그 방법을 생각해 보고 제안하는 것까지 나아가면, 챌린지의 진정한 순기능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앞서 언급한 챌린지의 사전적 정의 중에서 ‘적법성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까지 실현하는 방향성까지 현재의 챌린지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령, 지난 해 상반기에 사회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의료진 덕분에 챌린지’는 손바닥에 엄지를 치켜올리며 의료진에 대한 감사를 나타낸다는 취지로 각계의 인사들부터 일반 대중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챌린지에 참여했던 분들이 단순히 엄지만 치켜드는 것이 아닌, 의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묵살한 채 의료정책을 밀어붙이려 했던 정부에 대항해, 무더운 여름 1인 시위를 하러 나갔던 많은 의료진들과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함께 호소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말로만 ‘덕분에’가 아닌, 챌린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그래서’ 챌린지와 관련된 사회적 상황에 대해 어떤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것까지 챌린지를 통해 나타났다면,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들을 위한 ‘의료진 덕분에’라는 말이 의료진 당사자들에게 더 와닿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어떤 챌린지들이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챌린지 참여 동참을 권유받았을 때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간을 잠깐 내어 챌린지가 시작되게 된 배경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고 능동적으로 찾고 알아보게 되는 계기로 챌린지를 삼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도전의 의미가 오늘날의 SNS 챌린지에서 퇴색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
이에 나아가 챌린지에 참여하는 개인이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함께 도전이 될만한 일에 동참해 보자고 권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