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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기관 공모 혼선...일방적 통보에 불만 속출

원종혁
발행날짜: 2021-01-27 05:45:56

임시예방접종 지원사업 졸속 행정 비판 거세 "공문 한장뿐"
참여 의향 설문 회신 기간도 3일 불과 "행정 편의적 발상일 뿐"

"월요일(25일) 저녁에 안내 메일을 보내놓고, 수요일(27일) 오전까지 회신을 주지 않으면 참여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네요."

보건당국이 오는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업의 본격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일선 개원가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 1만여 곳에서 백신 접종을 담당하게 될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들의 참여 의향 조사 방식을 놓고서다.

정부 예방접종 지원사업과 관련해 지역 의료기관 위탁 참여 의향을 파악하는 안내문중 일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지원사업과 관련해 지역 의료기관 위탁 참여 의향을 파악하는 안내문을 개원가에 배포했다.

해당일은 복지부 및 식약처, 질병청 등 방역당국이 '2021년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예방접종 계획은 접종센터 250개소를 비롯한 일선 의료기관 1만 곳에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백신유통의 경우 백신별로 맞춤형 콜드체인 유통관리 체계를 구축해, 보관온도나 운행경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개원가에 내려진 공문도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참여 의향 조사기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대목.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25일 저녁 공문 발송 이후 의향 신청서를 27일(수)일까지 팩스나 담당자 이메일로 제출하지 않을 경우 '참여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참여 의향서 공문에 안내된 사업개요의 절반은 현재 '미정'인 상태라, 정부 계획에 대한 정보공유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의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2종의 접종백신을 대상으로 언급한 것과 접종비 1만 9220원만 명시됐을 뿐, 세부적인 공급방식 역시 미정인 상황이었다.

'1일 접종자 수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기본 방침 외엔 연령, 현재 증상 등 기타 상세기준도 정해지는대로 추가 공지하겠다는 입장만 나와있는 것.

또 위탁의료기관 지정 요건을 보면, 백신 보관관리‧수용력, 접종 시행능력, 감염관리 수준, 접종 및 이상반응 모니터링 공간 확보 등이 위탁의료기관 지정기준으로 설명됐다.

개원가 인력 확보에 있어서도 '예진의사 1인 이상' '간호인력·행정보조인력 등 접종 필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히 행정 보조인력의 경우 백신 공급 및 오접종 예방, 예방접종 내역 확인서 출력을 위해 실시간 등록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2월 중순부터 교육 개설 이후 보건소 현장 방문점검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의료기관의 참여를 승인한다지만, 정작 백신의 국내 도입 물량 및 시기에 따라 언제든 계획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진료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였다.

일방적 회신 강요 지적 "자발적 참여에 파트너십 없어"

공문 내용 일부 발췌.
일선 개원가들은 이번 참여의향 조사가 단시일 내에 이뤄지는데 "국가사업에 있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 소재 A내과 원장은 "우리 지역만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월요일 저녁에 메일을 보내왔다. 만약 확인을 못했다면 화요일, 또 진료시간 이후에나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루 이틀간 촉박한 시간을 던져주고 회신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너무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가사업인 만큼 최소 1주일의 시간은 필요하지 않겠나"고 되물으면서 "민간의료기관이 보건소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의병도 아니고 항상 이런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파트너로서 존중도 해줘야 하는데 참 아쉽다"고 전했다.

결국 참여는 해야겠지만, 졸속한 행정처리는 보건소와 민간의료기관의 유대관계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B 이비인후과 원장은 "다같이 힘든 시기에 국가공공업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원가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없는 처사"라면서 "신청서를 보면 병의원 면적도 물어보는데 보건소에 신고돼 있는 내용을 굳이 중복해 기입하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차라리 공간확보 가능성 여부를 물어보면 될 것인데 신청을 하면서도 짜증이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26일 정부는 의료계와 질병관리청 본부동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의정 공동위원회'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백신 도입과정에 대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백신 종류별 도입 시기 및 물량 등 세부 일정과 진행 상황과 백신접종 기구, 접종장소(보건소·접종센터·의료기관) 준비 상황 등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계획 수립과 관련해서도 ▲접종 우선순위·대상·접종방법 설정 문제 ▲접종비용 건강보험 재정 활용 문제 ▲의료기관의 사전 준비 및 지원 의료진 규모, 교육 일정 등에 대해 의료계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