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특정 제약회사 주식을 샀다는 개인투자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날 쓴 해당 제약회사의 신약 임상시험 관련 기사를 보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서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는 댓글과 문자도 적지 않았다. 황당했지만 적지 않은 돈이 걸려 있기에 조바심을 갖는 투자자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항암제 등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는 요즘 의료와 제약‧바이오 분야를 취재하는 주변 기자들에게도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들의 항의성 민원이 늘었다고 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전례 없는 개인투자자 주식 열풍이 자리 잡고 있는데다 이 자금들이 제약‧바이오 기업 주식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행동을 바라 볼 때면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
해당 기업이 발표한 공시 자료에 더해 일부 근거 없는 소문들에 의존하는 투자방식인 탓에 이를 평가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하는 경향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임상시험을 평가하는 전문가 의견을 기사화할 때면 '악의적인 기사'로 평가절하 되는 일도 다반사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신약의 임상시험을 수행‧평가 하는 의사들조차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에 의심되는 점이 있어도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을 두려워 해 소신 있게 발언하지도 못하는 일이 임상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소화기내과 교수는 "예전 한 제약사의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식이 크게 오른 적 있다"며 "이로 인해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학술대회 행사장에는 의사들은 한 명도 없고 주주들만 가득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기업 주식투자를 두고서 신중하고 냉정한 투자를 조언하면서도 이른바 '주식부양용'으로 부풀리기식 발표를 하는 기업들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약 개발에 힘을 쏟는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0.1%의 성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물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이윤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임과 동시에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제를 만드는 곳이다. 결국 치료제 개발은 과학의 영역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토론으로 0.1% 개발 확률을 뚫고 발전하는 분야로 임상 전문가의 신약을 둘러싼 냉정한 판단과 평가는 꼭 필요 부분이다.
어느 때보다 임상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주가 영향으로 소극적인 태도로 변한 의료현장을 바라보니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