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타그리소 국내 급여 시 가장 큰 고비…국내 신약 롤모델 자신" 폐암 치료옵션서 경쟁력 충분 "1차 요법 입증만 남았다"
국산 폐암 신약인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개발자인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 그는 렉라자가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을 때까지 지난 5년을 한편의 영화에 비유한다. 후보물질 만남은 캐스팅, 임상결과 발표는 시연회, 개봉은 허가로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르로 고른다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진한 드라마다.
젊은 감독의 독특한 감각과 열정은 세계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결과적으로 신약 기술수출과 허가를 이끌어냈다. 무명의 감독이 한편의 영화로 세계적인 거장이 되듯, 그는 성과에 힘입어 이제 그는 세계적 임상시험의 총괄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 반열로 올라섰다.
"레이저티닙은 운명…신약개발 롤모델 될 것"
그가 개발한 레이저티닙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이하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인산화효소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이하 TKI)다.
최근 식약처는 레이저티닙에 대해 EGFR TKI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돌연변이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일단 조건부로 허가한 상태다.
조병철 교수는 레이저티닙을 유한양행이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전임상단계에서 도입할 때부터 임상에 참여해 개발을 이끌어 왔다. 그러면서 그는 레이저티닙이 후보물질 단계에서 만난 것을 '운명'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었던 지금의 남수연 지아이노베이션 대표의 손에 이끌려 후보물질이었던 레이저티닙을 만나게 됐다.
조 교수는 "사실 2012년 후보물질 단계였을 때 임상을 제안 받았지만 당시에는 연구실 규모도 작았고 이를 제안한 기업도 자금에 여력이 없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이후 2015년에 남수연 박사의 초청으로 기흥에 있는 유한양행 중앙연구소를 방문했고, 다시 임상 제안 받았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5년 동안 정신없이 뛰어왔던 결과가 이제 나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레이저티닙을 개발하기까지 고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조 교수가 느꼈던 신약 개발 과정 중 가장 큰 고비는 바로 경쟁약제의 국내 건강보험 급여 소식이다.
동일한 3세대 EGFR TKI로 분류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2016년 5월 국내 허가 이후 2017년 12월 레이저티닙과 동일하게 2차 요법 적응증이 급여로 적용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를 1차 요법에까지 급여를 확대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당국과 협의 중이다. 즉 조건부 허가로 레이저티닙이 국내 시장에 도전할 때 경쟁약제는 2차를 넘어 1차 치료제로서의 처방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타그리소가 국내 상륙 후 급여로 적용될 2017년 당시를 소위 말해 '개발동력'이 상실될 정도의 '큰 고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타그리소가 국내에 급여를 받으면서 임상 고비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임상 환자등록 등에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문제는 제약사의 개발동력이 사라질까 걱정됐었다. 경쟁약제가 3상 임상을 할 때 1상을 시작한데다 타그리소가 국내 허가를 받고 급여까지 되면서 이미 개발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아 힘들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조 교수는 "이 때문에 제약사도 연구를 믿지 못했을 것 같다. 타그리소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고 처방이 늘어날수록 자포자기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때마다 유한양행 사장실을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전까지 해외학회를 가게 되면 한국의 임상연구를 무시하는 경향이나 느낌을 많이 받아 힘들었다. 레이저티닙은 국산 신약개발의 있어 자산이고 향후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임상, 1차 요법 효과‧안전성 입증할 것"
현재 레이저티닙은 조건부 허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글로벌 3상 임상시험(LASER301)을 진행 중이다.
임상3상은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380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서 레이저티닙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목표를 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27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제인 '아미반타맙'과 병용 3상도 진행 중이다.
조 교수는 "1차 요법으로 레이저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해야 한다. 1세대 약물인 이레사(게피티닙)와 직접 비교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을 타그리소와 비교임상(헤드투헤드)해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앞으로 의료현장에서 약제 처방에 있어 레이저티닙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안전성 면에서 레이저티닙은 임상 결과 중대한 이상 반응은 없었고, 경도의 피부발진, 가려움, 설사 등이 나타나는 수준이라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향후 타그리소와 경쟁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로 EGFR TKI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도 했다.
EGFR 돌연변이가 비소세포폐암 중 전 세계적으로 약 30~40% 진단되는 상황에서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가 수많은 처방옵션을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조 교수는 "우선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화이자나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여러 이슈로 신약개발을 포기했는데, 폐암 환자를 생각한다면 치료제가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것인가"라며 "전체 폐암 환자를 고려했을 때 많은 병용요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저티닙이 1차 약제 승인 전이기에 2차 요법 치료제로 의사가 처방할 경우 고민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암 뇌전이가 있다면 효과를 증명한 레이저티닙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폐암 환자도 마찬가지"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레이저티닙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도전했을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인 동서양 인종차 관련 해선 큰 차이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교수는 "사실 EGFR TKI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있어 효과면에서 동‧서양 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 이미 동‧서양 인종 간의 약동학적반응(PK)을 보는 연구를 했고 효과 면에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미 관련 연구를 진행을 했고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양 간이 차이는 현재 진행 중인 LASER301 연구에서 판별이 날 것"이라며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연구에서도 동양과 서양인 모두 등록이 됐는데 약동학, 효과, 안전성 면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체중에 따라 용량을 달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조건부 허가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약가 설정'에서 있어서의 개인적 견해도 밝혔다. 핵심을 먼저 말한다면 기본적으로 국산 신약이라고 해서 '할인'이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3상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타그리소와 준하는 약가를 받아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국산 신약이라고 해서 할인이 있어선 안 된다고 본다. 한국인의 손으로 개발이 돼 기술 수출까지 이뤄낸 약제다. 신약 개발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제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레이저티닙이 조건부 허가 단계에 까지 도달했지만 아직까지 국내는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에 있어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신약개발과 상업화까지 선순환이 돼는 구조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미국과 유럽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약제를 연구하는 개발자로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