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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뒤집은 검찰청…간호사의 심초음파 무혐의 처분

이창진
발행날짜: 2021-02-04 05:45:59

대전검찰청 "무면허진료 아니다" 의사의 지도·감독 '판단 근거'
경·검찰 잣대, 개별 판단 판례 기인…"유권해석 현실과 동떨어져"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진 간호사의 심초음파(ECO) 검사 지원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수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심초음파 검사는 불법이다.

3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대전지방검찰청은 최근 A대학병원의 심초음파 검사 관련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진 간호사 의료행위 수사를 무혐의로 결론짓고 내사를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검찰청은 최근 A대학병원 심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간호사 무면허의료행위 수사를 무혐의로 결론내고 종결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당시 경찰은 실손보험사의 제보를 바탕으로 A대학병원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병원에서 간호사가 심장초음파 검사를 실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인 초음파 검사 시행 주체인 의사와 검사 지원인력인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입각해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A대학병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건네받은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실손보험사 제보 기인…검찰, 의학자문·의료진 면담 거쳐 ‘불기소’ 결론

검찰은 A 대학병원 병원장을 비롯해 심초음파 검사 관련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와 개별 면담을 실시해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심초음파학회에도 의학적 자문을 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심초음파 검사는 의료행위로 의사가 직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한국심초음파학회는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진 검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검찰은 의학적 자문을 바탕으로 해당 병원 피의자 진술과 의학적 자문을 종합해 올해 1월 '무혐의' 처분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검찰 측은 "의사가 간호사나 방사선사의 심초음파 계측과 촬영 행위를 실시간으로 지도 감독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간호사가 심장을 계측하는 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 이유를 들었다.

심초음파 검사에 참여한 간호사 관련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포항 지역 종합병원 2곳은 검찰로부터 불기소 즉,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수도권 종합병원은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후 최종 처분 전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았으며, 청주 종합병원은 의료법 위반 유죄로 판결돼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수사기관의 갈지자 행보는 법원 판례에 기인한다.

대법원 등 그동안의 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의료보조인력(간호사 등)에 의한 특정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해당 의료행위가 고도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요하는지 ▲해당 의료행위의 객관적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의료행위가 진행되었는지 ▲의료보조인력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무면허의료행위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A대학병원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대표변호사는 "의사가 아닌 보조인력이 검사를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초음파 검사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경·검찰, 서울·포항·울산 등 간호사의 심초음파 검사 수사…병원계 "법 개정 시급"

그는 "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심초음파 검사는 고도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요한다고 볼 수 없으며 검사 자체가 상당히 비침습적 의료행위"라며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고 위중한 상태가 아니며 검사 과정은 의사의 주도와 감독 하에 진행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판독 및 진단은 의사에 의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일선 병원들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간호사의 심초음파 검사 행위가 PA간호사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수사기관은 서울과 포항, 울산 등 무면허행위를 한 간호사 병원 대상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학병원 원장은 "심초음파 검사를 비롯해 PA간호사 운영은 많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면서 "수사기관이 상이한 잣대로 병원과 의료진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상황이다. 복지부의 명확한 법 개정과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심초음파 검사 이외에도 PA 간호사 병원 수사는 서울과 포항, 울산 등 경찰과 검찰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전문 소송을 담당하는 현두륜 변호사는 "심초음파 검사 과정에서 의사가 보조인력과 일대일로 현장에서 지도 감독하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나 대다수 병원 시스템이나 의료현실과 맞지 않다"면서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검사를 하려면 의료시스템 보완이나 수가 인상, 검사인력 충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PA 양성화 관련 전문간호사 제도 협의체를 통해 의료법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나, 의료단체 간 입장 차이로 지난해 12월 첫 회의 이후 답보 상태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