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검찰청, 심초음파 시행주체 자문…의협 "의사 의료행위, PA 불가" 병협, 전문간호 복수안 제출…복지부 "모든 가능성 열고 개선안 검토"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에 존재하는 PA(Physician Assistant, 의료보조인력) 양성화를 위한 전문간호 업무범위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
의료법에 위배되는 뜨거운 감자인 PA 제도화 논의가 답보 상태이나 병원급을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단체, 간호협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협의체는 지난해 12월 발족과 첫 회의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PA 간호 업무를 반영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2015년 592명이던 PA가 2019년 972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병원 66%가 PA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8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결과 전국 수련병원 92%가 PA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병원 수술실과 외래, 병동 등에 존재하지만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는 PA 간호인력. 통상적으로 PA를 간호사로 인식하나, 중소병원 입장은 다르다. 대학병원 간호사 쏠림으로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PA 간호사-중소병원 PA 간호사·간호조무사 '입장차'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실과 외래 등에서 의사의 진료 보조 역할을 하는 게 의료현실이다.
다시 말해, 대학병원에서 PA는 간호사, 중소병원에서 PA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인 셈이다. 중소병원 입장에서 PA를 전문간호사로 규정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이다.
이는 병원협회가 최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복수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배경과 궤를 함께 한다.
병원협회는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해당 분야별 전문간호 업무(1안) ▲의사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해당 분야별 진료에 필요한 업무(2안) 등으로 나눠 검토의견을 전달했다.
1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을 통칭하고, 2안은 간호사로 국한한 의미다.
병원협회 이성규 정책부회장은 "PA 제도화를 위한 전문간호 업무범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입장 차이가 크다"면서 "여기에 의사협회가 PA 제도화에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회 입장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칼끝은 PA 근무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지방검찰청은 최근 의사협회에 심초음파(ECO) 시행 주체 관련 의료자문을 요청했다.
검찰청은 의사와 간호사의 심초음파 검사 관련 구체적 사례를 나열해 해당 병원 내사가 상당 부분 진행 중임을 암시했다.
일례로, 간호사가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와 같이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또한 간호사 등이 의사와 동일 공간에서 기본 영상획득과 단순 계측만 담당할 경우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의 자문을 구했다.
이들 질문에 대한 의사협회 답변은 동일하다.
의사협회는 '초음파 검사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실시해야 하는 의료행위이므로 진료보조인력(PA 의미)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의료법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울산지방검찰청에서 초음파 의료자문을 요청해 답변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세부적 수가 배경과 해당 병원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울산검찰청, 간호사 심초음파 참여 사례 제시…내사 진행 암시
현행 전문간호사는 감염관리와 종양, 노인, 산업, 마취, 정신, 가정, 보건, 응급, 호스피스, 중환자, 아동, 임상 등 13개 분야이다.
전문간호사는 간호사 중 석사 출신 또는 경력 간호사 중 전문간호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중소병원 병원장은 "PA를 전문간호사로 규정하며 간호사의 대형병원 쏠림을 부채질 할 뿐 아니라 간호사 6년제 추진과 간호사 급여인상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현장에 입각한 업무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국정감사 이전 PA 논란을 일단락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간호 업무범위 관련 의사협회의 반대와 병원협회의 복수안 등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다. PA 문제는 의료단체와 간호계 모두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대면회의가 필요하다"면서 "방역이 완화된 후 조속히 대면회의를 통해 국정감사 이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현장에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PA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급한 것은 다수 PA를 운영 중인 대학병원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보직 교수는 "PA를 언제까지 불법으로 방치하고, 해당병원을 범법 기관으로 내몰 것인가. 전문의 채용이 진료보조 업무 해법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복지부가 전문간호 업무범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간호 업무범위 설정과 수사기관 압박은 중소병원의 치명타라는 지적이다.
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전국 병원급 중 PA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전문간호 업무범위를 전문간호사와 함께 간호조무사 중 일정 프로그램을 이수한 간호실무사로 나누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