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세포폐암 급여 앞세운 '키트루다' 항암제 시장 1위 올라서 표적 항암제 시장도 요동…타그리소 선전 속 렉라자 급속 추격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면역 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 확대 이슈를 타고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또한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표적 항암제들도 타그리소를 중심으로 여전한 저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이며 새로운 리그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는 26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요 제약사별 항암제 매출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해 항암제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양한 암종에서 적응증을 획득한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다. 발매 이후 계속된 상승세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 1위를 달성한 것.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 항암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역시 2차 치료제로서 국내 폐암 처방시장을 점령했다. 두 품목 모두 한 해 매출만 1000억원을 넘게 기록했는데 최근 이 같은 기세를 바탕으로 1차 치료에까지 급여 확대를 추진하는 모습까지 유사하다.
나머지 항암제 품목들도 이 같은 성공을 밑바탕 삼아 국내 처방 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자사들이 점령한 항암제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도 경쟁에 합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약품 전체 1위 기록한 '키트루다'…급여 확대 험로 티쎈트릭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면역 항암제 처방시장 주도권을 쥔 MSD의 키트루다는 2015년 발매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5% 매출이 성장하면서 기존 1위였던 리피토를 제친 것인데 한 해 매출만 1557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성공의 원인으로는 2017년 8월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것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키트루다의 매출은 2016년까지 100억원대를 기록하다 2017년 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9년 1248억원으로 증가한 후 2020년 15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키트루다는 첫 번째 적응증인 흑색종에 이어 폐암, 두경부암, 위암, 자궁경부암 등 30개가 넘는 암종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이면서 국내 처방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세를 발판 삼아 1차 요법에까지 급여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
반면, 국내 출시 당시부터 키트루다의 라이벌로 지목되던 한국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는 날이 갈수록 그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2019년 67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20년 677억원을 기록, 오히려 성장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 2017년 폐암 1차치료 관련 임상실패 이후 면역항암제 경쟁에서 키트루다에 크게 뒤쳐지는 모습이 확연하다.
이를 두고 가천대 길병원 박인근 종양내과 교수는 "옵디보도 여보이(이필리무맙)와 병용요법이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흑색종이나 신장암, 폐암에 처방이 가능하지만 환자입장에서는 수천만원의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만큼 고가의 약가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로슈의 면역 항암제인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도 2019년부터 매출이 급증, 2020년 3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건당국의 '초기치료 3주기 환급과 약가 인하' 등 재정부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폐암에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노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티쎈트릭은 지난 8월 1일부터 확장병기 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삼중음성유방암과 간세포암에까지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던 상황.
이중 간세포암의 경우 '티쎈트릭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을 뜻하는데 취재 결과,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재정 문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쎈트릭에 더해 병용요법으로 쓰이는 아바스틴의 약가까지 더해진다면 재정 건정성 측면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조건부'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세를 이어가던 티쎈트릭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표적 항암제 시장 독점한 타그리소…국산 신약 렉라자 바짝 추격
면역 항암제에 키트루다가 있다면 표적 항암제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매출액이 34.5% 급증하며, 국내 상륙 후 첫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타그리소는 2016년 국내 허가를 받은 후 이레사, 타쎄바, 지오트립 등 기존 EGFR 티로신키나아제(TKI) 투여 후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처방되는 2차 치료제다.
특히 타그리소는 2017년 12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 매출이 급증했고 지난해 드디어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 같은 성공과 글로벌 임상 결과를 발판 삼아 타그리소는 키트루다와 마찬가지로 1차 치료제로까지 급여 확대를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로슈의 유방암치료제 '퍼제타(퍼투주맙)' 역시 전년대비 지난해 매출이 33% 급증해 741억원을 기록했으며, 화이자의 '입랜스(팔보시클립)' 역시 비슷한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573억원이라는 국내 발매 후 최고 실적을 이뤄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점은 폐암 표적 항암제 시장에서는 타그리소의 강력한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국내 폐암 신약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로 지난 1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고 빠른 속도로 급여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이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급여확대를 연이어 고배를 마시는 사이 렉라자는 지난 24일 열린 심평원 암질심 상정 한 번 만에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앞으로 렉라자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따지게 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급여 여부를 따지고 급여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된다면 타그리소와 국산 폐암 신약인 렉라자가 본격적으로 처방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타그리소가 과연 성장세를 이어갈지도 관심사.
이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도 벌써부터 렉라자의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타그리소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종양내과 교수는 "렉라자가 식약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타그리소의 후발주자"며 "하지만 렉라자의 장점은 뇌전이 환자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암제 시장에서 국산 신약이 글로벌 제약사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는 의미"라며 "결국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관건은 약가일텐데 적정한 약가만 설정된다면 국내에서는 분명 글로벌 제약사의 품목들과 겨뤄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