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공정위, 협회 지속적 지적과 요구에도 개선 미비 공급내역보고 의무 전가 여전…"강력한 대책 필요하다"
의료기기 기업들을 향한 간납사들의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제조사들이 속앓이를 지속하고 있다.
가장 큰 병폐로 꼽히는 공급내역보고 의무를 여전히 전가하면서 기업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이들은 본보기로라도 철퇴가 필요하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25일 의료기기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떠오른 공급내역보고 의무에 대한 업무와 책임 전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이 나오면서 잠깐 잠잠해지는듯 하더니 또 다시 압박이 시작됐다"며 "오히려 수법 등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대놓고 의무를 전가시켰다면 이제는 부탁도 아니고 권고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는 의약품의 제조, 수입 시점부터 도매상, 대리점, 간납사, 병원으로 이어지는 납품 단계마다 그 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의료기기 유통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 추적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의무 조항.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자 마자 간납사들이 이 업무를 의료기기 기업들에게 떠넘기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의료기기 기업들의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기업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결국 국정감사에서까지 공론화가 이뤄졌고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져가면서 잠시 상황은 나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잠잠해지면서 또 다시 이러한 병폐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특히 올해부터 처벌 유예기간이 지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B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지난해 간납사들이 조용히 넘어간 것은 그나마 처벌 유예 기간이었기 때문"이라며 "올해부터는 3등급 기기로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데다 행정 처분 위험까지 생기면서 간납사 입장에서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렇듯 의료기관과의 특수 관계를 가진 간납사와 대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도 나서 표준계약서 등을 만들었지만 이 또한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회나 공정위가 단속에 나선 것은 분명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제 유통 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협회 또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뿐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공급내역보고 등에 대한 간납사 갑질 행태를 지적하는 민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자제를 요구하는 정식 공문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에서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협회 등에서 관련 자료와 사례들을 모아달라고 요구한 만큼 이를 통한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