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칼럼강윤희 전 식약처 의약품심사부 심사관 소청과의사회원도 아닌 의사에게 도움의 손 내밀어
|특별칼럼| 내가 이 후보를 왜 지지하냐면…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 6명이 쏟아져나오면서 각자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느라 분주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유권자들에게 해당 후보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각 후보의 지지자를 통해 특별칼럼을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특별칼럼은 해당 칼럼진이 글을 보낸 후보자 순으로 게재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존재 목적이 무엇일까? 필자가 1995년 의사 면허를 받고, 해마다 의협 회비를 냈지만(물론 병원 외 직장에서 일할 때는 내지 않았지만) 사실 의협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대부분의 의사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협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이런 필자가 처음으로 의협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및 의료파업 사태 때인데, 의협이라는 단체가 전체 의사들의 의지를 모아서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단체가 그래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뒤로 다시 의협의 존재를 잊고 지냈지만…
이런 평범한, 의협에는 관심이 일개도 없었던 필자가 의사단체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말이다. 필자는 식약처에서 2.5년간 일하면서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 실상을 목도하였고, 내부에서 목소리를 높여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하였지만, 식약처의 부실한 안전성 관리가 환자들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눈감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의료전문가요, 지식인의 양심으로 식약처의 부실관리 실상을 외부에 알리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신문에서 어떤 분이 1인 시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거야 결정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고, 개인 비용으로 을지로에 가서 피켓을 제작하고, 국회의사당이라는 곳을 처음 가서 땡볕에 1인 시위를 하였다. 그런데 알고 지내던 한 의약전문지 기자가 제 1인 시위 소식을 다른 전문지 기자들에게도 알려줘서, 필자의 1인 시위 소식이 여러 의약 전문지에 실리게 되었다.
필자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들이 이 이슈를 잘 다루어 주어서 식약처가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남은 휴가를 잘 활용해서 몇 번 더 1인 시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무모하고, 순진한 생각이었는가? 나 순진한 사람이었네!
그런데 1인 시위하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바로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실에 불려갔다. 사직에 대한 질문과 징계위원회 회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착한 어린이상과 표창장은 여러 번 받아봤지만, 징계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필자에게 이는 굉장한 압박이 되었다.
그리고 1인 시위가 필자의 의도, 즉 식약처의 실상을 알려서 식약처가 정신 좀 차리게 해야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필자 개인의 인생에는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자각하게 되었다. 의약품심사부장실을 나오면서 마음이 답답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나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바로 그 때였다. 약간은 망연자실한 상태였던 필자에게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던 순간이. 임현택 선생님이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몰랐고, 의협에도 관심이 없었던 필자가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더군다나 알 리가 없었다. 죄송한 일이지만 말이다.
임현택 선생님이 전화로 전후 사정을 듣더니 식약처의 행태, 특히 징계위원회 회부에 대해서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사실 필자는 어떤 걸 부탁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그래서 어떤 요청도 하지 못했으나, 임현택 선생님은 자발적으로 식약처에 장문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변호사를 통해 간접적인 볍률적 자문을 받도록 도와주었다.
사실 필자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회원이 아니다. 그러나 임현택 선생님이 그런 경계를 짓지 않고, 마치 의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에 대한 순찰자와 같이 필자를 도와주었던 일은 어쩌면 임현택 선생님이 의협 회장 후보가 되기 이전에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현택 선생님은 필자가 1인 시위를 시작하고, 3개월 정직과 해고라는 징계를 받는 과정과 그 이후 과정에서도 틈틈이 전화로 격려해 주었는데,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은 ‘끈질기게 싸우면 이긴다’는 말이었다. 식약처라는 거대한 정부기관을 향한 싸움이 힘들지만, 끈질기게 싸우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말이, 가끔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필자의 약한 마음을 붙잡아 주었고, 그래서 지금도 칼럼을 통해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의 의약품/의료기기 부실 관리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싸우고 있다.
요즘 식약처가 필자가 1인 시위를 통해 가장 강력하게 문제제기했던 의약품 안전정보인 DSUR, PSUR 검토를 식약처 정책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계속 싸울 힘을 얻게 된다. 이는 필자 1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했고, 격려해주고, 도와준 사람들의 힘이 모여서 가능했다고 믿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의협의 존재 목적이 무엇일까? 필자는 두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한가지는 회원이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것이요, 두번째는 회원 전체를 위한, 궁극적으로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도록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목적에 대해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임현택 선생님은 의협 회원이 의도치 않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먼저 연락하고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어려움에 처해보니 알겠더라. 두번째 대외적인 활동 부분은 임현택 선생님이 지난 6년간의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활동을 통해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임현택 선생님이 의협의 회장이 되기를 바란다.
한가지 임현택 후보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현재 의사들의 협회가 많이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의사들의 의견이 각각 외부에 발표되고, 결국 의사 집단은 콩가루 집안이라는게 들통이 나고, 어떤 결속된 의지를 표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임현택 후보가 회장이 되면, 흩어져 있는 의사들의 협회가 각각 활동은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는 의협을 통해 one voice를 낼 수 있도록 의협의 코디네이션 역할을 좀 더 강화해 주셨으면 한다. 임현택 선생님, 퐈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