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 동행취재 24시] 기호1번 임현택 "사회활동 더 늘어나야, 국민 공감대 형성과 지지기반 필요"
"의사를 바라보는 세상 시각이 바뀌려면, 모두가 '한 발'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1번 임현택 후보(51, 충남의대·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는 담담하게 말했다.
▲AM 8시=서울남부지방법원 집회현장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만에 사망한 영아 '정인이 사건'.
16일 이른 아침, 서울남부지법에는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정인(가명)양의 양부모 2차 공판이 열렸다. 2월의 꽃샘추위라고 하기엔, 영하 11도의 기온은 여느 겨울 한파보다 매서웠다.
법원 주변을 가득 메운 시위인파 속, 핏발 선 눈과 추위로 붉어진 손등은 그래서 더 차가워 보였다. 일찍이 대오를 갖춰 운집한 경찰들이나, 피켓과 추모 깃발을 치켜세운 시민들의 발 모두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랬던 날. 어김없이 그는,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의사님 매번 고맙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현장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연신 응원의 말과, 고마움의 인사를 나눴다. 뉴스 인터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임 후보를 접한 이들도 간혹 눈인사를 건넸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안에 십분공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빠질 수 없는 자리입니다. 소청과 전문의로서도 마땅히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인데요."
임 후보자는 의협 선거 와중에 직접적인 표밭을 생각했다면, 정인이 공판 집회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의 사회참여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시민들도 의사들이 줄기차게 외치는 '바른 의료'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주변에서 그를 겪고, 지켜봐온 이들은 묵묵하고 한결같음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적 문제에 동참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언제나 발벗고 나서주셔서 아동학대 예방이라든지 법적인 처벌에 굉장히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뿐이죠."
▲PM 11시=집회 현장 뒷 편
그렇게 세 시간. 집회 인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뒷 정리를 하는 순간까지, 한동안을 자리에 머물렀다. 함께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현 의료계 상황을 짚어보면, 소통이 안 되는 정부정책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의료 인프라는 저개발 시대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의사들의 고용주이자 사장처럼 행동을 합니다. 일방통행식 의료제도를 강요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임 후보는, 이제는 크게 한 번 갈아 엎을 때가 됐다고도 했다. "의사단체와 시민단체의 말을 안 듣고 정책을 짜다보니 의료서비스는 저하되고 건보재정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현장 전문가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 패착입니다."
"가령 임금노동자에 불과한 소아과의사들은 작년 매출이 40프로 가까이 줄며 경영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객관적인 폐업수 지표로도 설명이 됩니다. 소아과의 어려운 상황에 4차 재난지원금 편성도 기재부와 중소부에 요청했습니다."
'간보기식' 투쟁은 없다고 했다. 3월에는 소아과 폐과운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면 전격전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으로 일처리를 해야 합니다."
▲PM 2시=서대문구 개원가 진료현장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원들을 만나러 향했다. 이동 중 그는, 의사회 6년 회무 가운데 '소통'과 '해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먼저 소통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진료 경험담에 세상 살아가는 얘기들까지 참 다양합니다. 그러다보면 개별적으로 현지조사나 보호자 민원, 의료사고 민형사 소송에까지 회원들이 겪는 각종 어려움들이 올라옵니다. 그때부터 저의 일이 시작됩니다."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회원들을 직접 만나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날도 황당한 사건으로 의료소송을 당한 소청과의원을 찾았다. 의사회 차원의 법적대응과,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얘기였다.
임 후보가 찾아간 개원의는 "소통에 있어서는 달리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은 사람"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익명게시판에 하소연을 올리거나 하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세요. 직접 공단이나 심평원, 보건소, 보험회사에 민원을 제기해주시고 항의전화를 넣어주시죠. 일처리가 쉽고 빠릅니다."
임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회무 경험과 열정이 합쳐지면 겁날게 없습니다. 자신있습니다."
▲PM 5시=서울 스퀘어 조민 사건 미팅
개원가 현장을 한 바퀴 돈 임 후보는 다음 행선지인 서울스퀘어로 발길을 옮겼다. 부정입학 문제로 이슈가 된 조민 사건을 놓고, 고대 총동창회원을 만나 실질적인 대응상황을 들어본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사면허 취득 박탈을 강력히 촉구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오늘날 의사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것에는 본인들이 직면한 문제조차 제 목소리를 안냈기 때문입니다. 저를 주목하고 사회 문제를 고치는 의사로 불러주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닐까요."
언제든, 바른 일에는 좌고우면 않겠다고 했다. 동행을 마치는 시간, 그는 담담히 말을 꺼냈다. "의협 회장이 된다면 '이 사람 참 많이 다르다'는 소리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