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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 합종연횡…대형병원 잡기 총력전

발행날짜: 2021-03-15 05:45:55

국산화 바람·국내 기업 돌풍에 네트워크 강화 전략 맞불
교육센터 설립·토탈 솔루션 통해 협력 강화 "수성 전략"

정부가 의료기기 국산화에 수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이 붙자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대형병원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교육센터를 설립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토탈 솔루션 형태로 라인업을 강조하며 거래처 유지와 함께 신규 제품 런칭을 위한 기반을 닦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

필립스 등 스마트 솔루션 시스템 앞세워 대형병원 공략

12일 의료기기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수성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자의 전략으로 대학병원 네트워크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필립스다. CT나 MRI와 같은 대형 품목부터 소형 및 소모품 의료기기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토탈 솔루션을 강조하며 대학병원을 공략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병원 솔루션이 바로 그것. 실제로 필립스는 최근 올해 완공을 앞둔 중앙대 광명병원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일부 제품에 대한 공급 계약이 아니라 아예 공동으로 스마트병원 솔루션 위원회를 구성해 디지털 전환 로드맵부터 병원에 도입되는 의료기기간 원클릭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필립스는 사실상 중앙대 광명병원에 도입되는 기기에 우선권을 갖게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전반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결국 필립스 기기 라인업이 대거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필립스의 행보는 중앙대 광명병원만의 사례도 아니다. 필립스는 서울대병원과도 심혈관병원에 대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필립스 라인업을 활용한 중재 시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필립스의 중재시술 가이드 시스템 싱크비전(SyncVision)의 교육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

싱크비전은 시술 중 혈관조영영상, IVUS(혈관내초음파) 영상, 혈관확장제를 쓰지 않는 iFR(instant wave-Free Ratio) 정합 영상에서 혈관 사이즈, 협착 정도 등 병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결국 교육센터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서울대병원에 이식하는 한편, 의료진의 접근성을 높여 이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략이다.

필립스코리아 김동희 대표이사는 "글로벌 의료기관과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스마트 병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며 "전 국민에게 더욱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선도 병원을 구축하는 것이 필립스의 목표"라고 밝혔다.

GE 등 공동 연구도 활발…메드트로닉 등도 구축 안간힘

이는 비단 필립스만의 전략은 아니다. 다른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도 마찬가지 전략을 통해 대형병원들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교육센터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당장 공급 계약이 아니더라도 접근성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거래처를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메드트로닉이 대표적인 경우다. 메드트로닉은 서울대병원과 업무 협약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의료인 교육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정식 명칭은 메드트로닉 아시아태평양 의료인 교육기관(Center of Excellence – Medtronic APAC NS Training Center).

여기에는 메드트로닉이 개발한 신경 감시 모니터링 기기인 'NIM Eclipse E4'를 배치해 의료진 술기 실습과 함께 전공의 교육까지 진행하게 된다.

메드트로닉의 교육 센터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메드트로닉은 이미 서울대병원 통증센터와 협약을 맺고 마찬가지의 아시아태평양 의료인 교육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메드트로닉은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Medtronic Innovation Center)를 설립해 의료진 실습을 돕고 있는 상황. 상당수 의료진이 손에 익은 기기를 선호한다는 점을 노려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GE헬스케어는 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GE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한 연구를 제안하고 이를 공동으로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기기를 홍보하는 방식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연구중심병원 R&D사업단과 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GE헬스케어와 서울아산병원은 '사람 중심 초연결 혁신 융합 기술 기반의 고위험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미래 의료환경 구축'과제를 진행하게 된다.

GE헬스케어가 내놓은 차세대 먹거리인 원격 협진 모니터링 솔루션 '뮤럴'을 서울아산병원에 제공해 수술실과 응급실, 중환자실에서의 감시 시스템과 생체신호 위험도 예측모델,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을 사실상 시범 운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나아가 뮤럴을 활용한 의료 빅데이터 수집과 인공지능 기술 개발, 스마트 병원 구축도 진행한다. 뮤럴을 통한 토털솔루션 모델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실증하는 셈이다.

특히 GE헬스케어는 지난해 이미 삼성서울병원과 치매 진단 의약품인 비자밀(Vizamyl)을 활용하는 같은 방식의 공동 연구에 들어간 바 있다. 국내 양대 대학병원에 자사의 시스템을 이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GE헬스케어 박정은 이사는 "국내 굴지 연구중심병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코로나 상황에 최적화된 원격 협진 모니터링 솔루션인 뮤럴 등 GE헬스케어의 솔루션이 국내 스마트 의료 환경 구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업 방식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특화된 강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라는 설명.

A대병원 연구부원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교육센터 설립이나 공동 연구를 통해 신기술이 결합된 의료기기를 사실상 기증받아 활용해볼 수 있고 기업은 리얼월드데이터와 피드백은 물론 의사에 대한 접근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며 "수십억대 기기를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업 전략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빈치만 하더라도 세브란스병원에 교육센터 명목으로 기증해 수십배 이득을 보지 않았느냐"며 "특히 의료기기의 경우 아무리 신기술이라 하더라도 결국 의사가 써보지 않으면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아예 개발 단계부터 협약을 맺고 손을 타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