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복지부 등 각 정부 부처들 육성 방안 잇따라 발표 혁신 의료기기 등에 초점…일각선 "소모품 위주 정책" 지적
정부가 4차 산업 혁명에 발맞춰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산 규모나 품목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단기적인 실적을 보이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을 내놓으며 온도차를 보이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국산 의료기기 사용자 평가 지원사업을 발표하고 오는 4일까지 수행기관에 대한 공모에 들어갔다.
이번 사업의 목표는 국산 의료기기의 시판 후 임상시험으로 31개 과제에 대해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산 의료기기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게 된다.
의료기관에 1년에 7500만원, 2년에 2억원을 지급해 국산 의료기기를 구입하게 하고 의료계 내에서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임상 결과들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산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실제 사용자인 의료진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실제로 이를 활용하게 하고 향후 평가를 통해 성능 개선을 도모하는 프로세스다.
기획재정부도 유사한 제도를 통해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 지원 대책을 내놨다. 정부 지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혁신형 의료기기 제품을 선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
마찬가지로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사용자 경험 축적이 목적으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5개 컨소시엄에 정부 예산으로 기기를 지원한 뒤 시판 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도다.
이처럼 예산을 쥔 기재부와 허가 및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 권한을 가진 복지부가 잇따라 의료기기 지원책을 내놓는데 대해 기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A사 대표는 "일단 정부 예산으로나마 대학병원에서 제품을 써주겠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라며 "대학병원 런칭 하나가 기기 사업에 갖는 의미는 어마어마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교수들이 써줄지는 사실 의문이지만 적어도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어떻게든 평가 의견은 내놓을 것 아니냐"며 "만약 구매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교수의 사용 평가 하나 받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감지덕지"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사업 자체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일단 국산 의료기기 지원 방안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예산 자체가 지나치게 작다는 점에서 일부 소모재 등 품목에만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
글로벌 기업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의 상당수는 수술 로봇이나 CT, 내시경 등 대형 품목인데 이 정도의 예산으로는 이러한 품목들은 아예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인 셈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국산화 제품 개발에 성공한 B사 임원은 "말이 의료기기 국산화 지원 대책이지 실제 수입에 의존하는 상당수 제품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할 예산"이라며 "하다 못해 내시경만 해도 세트 하나에 1억원을 넘어가는데 1년에 7500만원을 지원하면서 무슨 국산 제품 지원책을 얘기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사실상 국산화가 가장 시급한 제품인 영상 장비, 수술 로봇, 내시경,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는 아예 제껴두고 생색내기 좋은 소모품이나 보조기, 부품 산업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작 수십억, 수백억씩 외화가 새어나가는 부분은 따로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