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제약사 임원이 한숨을 쉬며 건넨 말이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 중심으로 법적 분쟁이 급증하면서 이를 대행하는 법무법인(이하 로펌)들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국내 제약사의 법적 분쟁 대행 및 자문을 위해 '헬스케어팀'을 꾸리는 사례가 급증한 가운데 이제는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광장과 율촌 등 대형 로펌에 더해 중소형 로펌들까지 합세해 전담팀을 꾸린 것이 이를 반영한다. 이들 로펌들의 헬스케어팀을 들여다보면 변호사를 보좌하는 고문에 전직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 주요 공공기관의 전직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정부의 약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법적인 조치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제약사들이 정부의 약제 약가인하와 복제의약품(제네릭) 임상재평가 방침에 맞서기 위해 법적인 대응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관련 소송 대부분 정부가 승소로 마무리됨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정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한다.
법원은 통상 제약사의 집행정지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처분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미뤄지게 된다. 행정소송 재판의 최종 판단까지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7년도 걸릴 수 있다. 집행정지 신청 후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기간까지 시간을 버는 동시에 이에 따른 매출 감소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밖에 로펌에 제약사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의 전체 판매관리비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그 속에서 법적 소송, 자문료에 투입한 '지급수수료' 액수들은 대부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 약가인하와 제네릭 임상재평가 정책에 대해 제약사들이 대응하는 가운데서 로펌들과 전직 공무원들이 이를 대행‧자문해주는 형국이 됐다.
더구나 최근에는 약제 건강보험 정책 추진에 따른 이른바 '대관' 업무가 중요해지면서 전직 고위직 공무원들이 로펌을 넘어 제약사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시 말해 약제 정책을 설계하는 정부, 그 대상인 제약사에 더해 로펌까지 인력들이 선순환 되는 생태계가 마련된 것이다. 제약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른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바라봤을 때는 '전관예우'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