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토론회 통해 제도적 개선 필요성 제기 조현병 환자·가족 당사자 직접 나서 국가 차원의 지원 요구
중증정신질환도 국가 책임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치매뿐만 아니라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30일 오후 열린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의료 전문가와 환자·가족 당사자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가족 당사자가 직접 나서 국가책임제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은 토론자로 나서 국내 조현병 치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WHO선진국의 경우 조현병 발병 후 3개월 이내 첫 치료를 시작하는 반면 한국은 약 14개월 걸린다. 당사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은 치료를 방치하면서 조기, 적기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배 회장은 "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증정신질환을 조기, 적기에 치료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 16조3천억원이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까지한다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1~25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먼저 21개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정신질환 조기인지 및 개입강화'를 선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국방부, 주민센터, 정신보건센터, 동네의원 등에 맡긴 것은 정부 의지가 안보이는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신속대응체계 및 적시 치료인프라를 구축해 응급상황시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2025년까지 총 14개소 늘려서는 환자 가족들은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치료친화적 환경조성도 마찬가지. 정부는 입원실 시설강화로 치료환경 개선을 제시했지만 의료현장에선 오히려 병실 축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배 회장이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는 응급 및 의료체계를 재정비였다.
그는 "조기 및 급성기 상황에서 집중치료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응급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하다"면서 "게다가 최근 법 개정에 따른 입원실 시설기준 강화로 병실 40~50% 감소가 예상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현재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정신건강복지법은 개정, 치료 관련해 국가책임제 개념을 도입해야한다"면서 "당사자 치료를 강화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는 빠졌지만 입소자수, 비자의 입원율 등 관리지표 이외에도 '정신질환 조기인지 기간 단축'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회복기에는 '치료'보다 '치유' 개념을 도입해 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면서 "가령 상담치료 등을 의료급여로 적용해줘야한다. 하지만 현재 기본계획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은 "중증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들은 사회로부터 부정적 인식과 편견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돌봄 제도 또한 열악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모순을 바로잡아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도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권준수 사외이사(전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담겼고 예산도 상당히 투자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도 "정작 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나 보호자들을 위한 지원제도는 빠져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증정신질환의 국가책임제는 다음 정부에서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가 중요하다. 내년 대선에서 이 같은 정책을 미리 전달해 대권주자 공약으로 담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