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강경한 반대 배경엔 2003년 법안 내용 추진될라 우려 "의료법 있는데 굳이 별도 직역을 위한 법 제정 필요한가" 지적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간호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발끈하고 나서 주목된다.
의료계는 "의료법이 있는데 굳이 별도 직역을 위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볼때 파장이 적잖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수년째 시도되는 '간호법' 제정…결국은 독자업무 포석 우려
간호법은 간호계 숙원과제였다. 간호법 제정 시도는 지난 2003년으로 시간을 거슬러간다.
당시 간호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으로는 간호사의 자격 업무 권리 등을 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했다. 당시 법 제정의 핵심은 '간호사의 독자적인 업무강화'.
이 과정에서 간협은 간호업무 중 하나의 영역으로 '간호진단'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에선 1972년 간호법 개정에서 '간호진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와 더불어 간호업무에 '건강요구의 사정' '계획, 수행, 평가, 상담 및 교육, 타 의료인과의 협동 및 관리' 등을 추가했다. 기존보다 업무의 독립성이 높아진 셈. 법제정 연구 및 공청회를 거쳐 추진했지만 각계 의견수렴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05년 김선미 의원이 간호사법을 발의하면서 또 한번 의료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시 간호사법안의 쟁점 또한 간호사의 업무범위. 간호대상자를 환자 이와 장애인, 노인 등을 포함해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간호업을 행할 수 있는 개설권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의료계가 더욱 발끈하고 나섰다.
2005년도 당시 박찬숙 의원 또한 간호법을 발의, 노인요양보장제도 도입과 맞물려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는 간호요양원 또는 가정간호센터 등의 간호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한다는 내용이 핵심. 이 역시 의료계 등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불발에 그쳤다.
이후로도 간호법 제정은 간호계 숙원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2015년 간호사 단독법 개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의료법 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장하면서 간호계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
당시 의료법 제2조5항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 이외에도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간호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1년 또다시 간호법 제정을 추진,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서정숙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이 각각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언급된 내용은 앞서 시도된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 의료계는 지난 2005년 간호계가 추진을 시도했던 간호사 단독 개설권 등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크게 확장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인 셈이다.
결국 과거 간호계가 법제정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를 비춰볼 때 종착지는 '간호진단' 등 간호업무의 독립성 강화를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인사는 "간호법 문구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간호법 제정을 빌미로 간호사 행위 주체가 주도적, 독립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개원의협의회 한 관계자는 "의료법이 있는데 왜 굳이 간호법을 제정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한발 더 나아가 법제정은 결국 규제가 뒤따르는 만큼 간호계에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병원계 한 관계자는 "일단 간호진단 등에 관해서는 의사 이외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간호사, 의료기사 등 업무 범위를 배타적으로 규정했던 것이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