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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이어 로타 백신도 가격인상…난감한 개원가

발행날짜: 2021-04-15 05:45:57

독점 공급에다 비급여인 탓에 사실상 대책 없어…환자 민원 우려
산부인과의사회 "MSD의 인상이유 이해 어렵다…항의공문 보낼 것"

자궁경부암 백신에 이어 신생아 장염을 예방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까지 가격이 인상되면서 일선 병‧의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의사단체들은 글로벌 제약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실정. 결국 환자의 민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의료진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MSD와 GSK는 비급여 자궁경부암 백신과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공급가를 각각 인상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한국MSD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9'은 15%, 로서바이러스 백신 '로타텍'은 17% 각각 공급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내용은 올해 초부터 MSD의 백신영업을 맡고 있는 HK이노엔이 일선 병‧의원에 안내해왔다.

여기에 GSK가 생산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역시 오는 5월부터 12% 오를 예정이다. 로타릭스의 영업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은 최근 이를 일선 병‧의원들에게 안내했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병‧의원의 가다실9의 비급여 가격은 10만 7928원~20만 2524원에 분포돼 있다.

가다실9은 총 3회를 맞아야 접종이 완료되는 백신이기에, 많게는 약 60만원을 들여야 하는 계산이 선다.

로타텍의 경우 비급여 가격은 4만 8100원~13만원까지로 평균 9만 2473원이다. GSK가 생산하는 로타릭스는 MSD의 로타텍보다 조금 더 비싼 6만 3600원~15만원으로 분포돼 있다. 평균 가격은 12만 5751원이다.

이 금액에서 가다실9은 15%, 로타택은 17%, 로타릭스는 12% 오르는 셈이다.

상황이 알려지자 관련 접종을 실시하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MSD가 가다실9 등의 인상에 대한 반발에 결국 의사단체를 찾아 양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제약사들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보험부회장은 "상황이 알려진 후 MSD 측과 백신 공급가 인상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제약사 측 논리는 그동안 가격 인상이 없었다는 점과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공급가가 저렴하다는 것인데 관리비 소요 등 일반적인 문제들이지만 의료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가 15% 인상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물가상승률 정도면 이해하겠지만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기도 하거니와 상당히 부담스러울 정도의 인상"이라며 "이번 사례와 같이 일방적 인상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논의를 할 예정으로 상임이사회를 거쳐 제약사 측에 항의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일방적으로 제약사 측의 백신 공급가 인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의는 하겠지만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파티마병원 소청과)은 "제약사들의 논리를 살펴보면 외국보다 국내 공급 가격이 높지 않다는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해당 백신은 비급여로 이 경우 생산자인 제약사의 의지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 부회장은 "비급여 백신 공급가를 올렸다고 해서 병‧의원이 가격을 조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자칫 가격 담합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며 "법적으로도 관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신 환자민원을 받는 것만이 의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기철 보험부회장은 "관련 시장이 독점적으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가격 인상"이라며 "관련 공급 시스템이 개선돼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MSD 측은 가다실9 등 주요 비급여 백신의 가격 인상을 두고서 생산 고유의 복잡성과 긴 생산기간 및 품질 관리 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의료진과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